수레바퀴 아래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이섭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스는 사과나무 아래 이슬에 젖은 풀밭에 드러누웠다.
온갖 불쾌한 감정과 고통스러운 불안감, 혼돈에 싸인 상념때문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자신이 더럽혀지고, 모욕을 당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내일 나는 어찌 될 것인가? 그는 너무나도 낙심하여 자신이 처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영원히 쉬고, 잠들고, 또부끄러워해야 할 것만 같았다. 머리와 눈도 아팠다. 한스는 더 이상 걸을 힘조차 없었다.
앞서 느꼈던 희열의 흔적이 다시금 갑작스럽게 파도처럼밀려왔다. 한스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아, 그대 사랑하는 아우구스틴,
아우구스틴, 아우구스틴,
오, 그대 사랑하는 아우구스틴,
모든 게 끝나버렸네.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가슴이 저리도록 아파왔다. 어렴풋한 상념과 추억들, 수치심과 자책감이 음울하게 물결치며 한스를 뒤덮었다.
한스는 큰 소리로 흐느끼며 풀밭에 쓰러졌다.
한 시간 뒤에는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 P2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