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는 사과나무 아래 이슬에 젖은 풀밭에 드러누웠다.
온갖 불쾌한 감정과 고통스러운 불안감, 혼돈에 싸인 상념때문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자신이 더럽혀지고, 모욕을 당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내일 나는 어찌 될 것인가? 그는 너무나도 낙심하여 자신이 처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영원히 쉬고, 잠들고, 또부끄러워해야 할 것만 같았다. 머리와 눈도 아팠다. 한스는 더 이상 걸을 힘조차 없었다.
앞서 느꼈던 희열의 흔적이 다시금 갑작스럽게 파도처럼밀려왔다. 한스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아, 그대 사랑하는 아우구스틴,
아우구스틴, 아우구스틴,
오, 그대 사랑하는 아우구스틴,
모든 게 끝나버렸네.
노래가 채 끝나기도 전에 가슴이 저리도록 아파왔다. 어렴풋한 상념과 추억들, 수치심과 자책감이 음울하게 물결치며 한스를 뒤덮었다.
한스는 큰 소리로 흐느끼며 풀밭에 쓰러졌다.
한 시간 뒤에는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 P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