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는 그의이상주의가 실력이 없기 때문이라고도 했지만, 바로 그것이김기영의 실력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나의관대함은 세상을 짝사랑하지는 않겠다고 작심한 뒤에 그를 거리를 두고 바라본 데서 온 여유 같은 것이었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사람과 세상은 믿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시간이 지난 뒤에 사람들의 욕망은 그런 가치들 가운데 남길 것만 조금걸러내고 대부분을 자기 위주로 변형시키거나 폐기처분해버린다. 조금 남겨두었던 것들마저 마치 오래전에 소비했던 낡은 물건처럼 또다른 기억의 다락방에 처박힌다. 건물을 무엇으로 짓느냐고? 결국은 돈과 권력이 결정한다. 그런 것들이 결정한 기억만 형상화되어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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