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AI가 도입된 이후로 영향을 받은 바둑업계만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바둑 이야기는 아니다. 뉴스거리로 한번 귀기울일만 했던 잠깐의 화제안에 미래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는 의식이 전혀없었다. 작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너무 스며들고 익숙해서 기술의 발전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았던 스스로를 개탄했다. 문득 발생하는 사회 문제를 시대흐름에 다소 어긋난 개인의 불편함으로만 치부했다. 다수가 믿고있다고 어쩔수없는 흐름이기에 따라가야했다고 뒤처지는듯한 인상을 애써 지우지않는 나태함만으로 누군가를 버려둔 기분이다. 그 누군가는 곧 나이자 우리이고 모두가 떠안을 짐이라는 사실도 망각한 채.
누군가가 지배하고있는 개념으로 모든이의 삶을 이해하려다보니 삶을 제한적으로 살고있다는 사실조차 알지못하고있다.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살아가고 있다는 아주 단순한 깨달음을 이런 계기가 아니면 또 다시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금방 잊게되겠지. 작가는 누군가의 삶을 관찰하면서 그런 사소하지만 큰 충격을 던지며 살아가는게 무엇인지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려는듯 했다. 질문을 받아내고 고민을 이끌어 내는 아주 귀찮은 작업을 해야하는건 작가도 떠먹여줄 수 없는 매우 번거로운일이지만 나는 어쩐지 이해할 수 없는 그 껄끄러운 순간이 맘에들었다. 홍콩에사는 그들처럼 나는 단순히 우연하게도 지금 이 시간을 여기에서 보내고 있을 뿐, 그 어떤 목적도 분명하지 않은 채 유영하고 있음을 마치 착각하면서 지내왔던것은 아닐까하고. 남의 삶에 빗대어 나를 바라보게되는 흥미로운 글이다.
이 책은 3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고, 작가 개인이 운영하던 블로그에서 편집된 120여편의 글을 묶은 탓에 한 권으로 이어지는 연결감은 다소 아쉬운 인상이다. 일상을 얘기하던 첫번째 묶음이 내가 작가에게 기대했던 가장 큰 이야깃거리였다. 특정 직업에서 한 개인이 가지고 왔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에 대한 호기심. 작가 본인도 자신이 쓴 글에 대해 겸손한 자세를 보였기에 한 권으로 엮어낸 엉성함이 오히려 그의 성품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아 순박하게 느껴졌다. 작가에게 더 많은 이야기와 뒷이야기를 원했던것은 괜한 기대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