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일하고 낮에 쉽니다 - 내 일을 나답게 하는 법, 책바 이야기
정인성 지음 / 북스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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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열심히 일한다. 과거에도 열심이었고 지금도 그러면서 미래에도 열심일것임을 분명히했다. 전적으로 그의 말에 의하면 틀림없다. 의도적으로 잘 정돈된 인스타그램을 글로 풀어서 한 권으로 만들면 이런 느낌일까.
자기계발서의 성공담을 말하고자 하는건지 자영업의 기록을 공유하고자 하는건지 간헐적으로 뒤엉키는 장르에 조금 적응이 안되었다. 작가의 사년이라는 긴 기간을 이렇게 사십분 남짓한 시간으로 읽어버리다니 좀 뭔가 아쉽고 씁쓸하게 이상했다. 그 안에 흥미롭고 많은 얘기가 있었을텐데 그걸 구태여 드러내기보다는 정제해서 아름답게 보여주려고만 하다보니 그냥 나랑은 먼 어떤 사람의 동화처럼 박제되어 뒷편에서 감상만 하게된다. 딱히 와닿거나 전해지는 감정은 없이 세상에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정도로 읽었다. 행동 하나도 감상 하나도 수치화 해버릴 잣대가 있다. 어떤것도 좋은 의도의 결과물이 되지않으면 모조리 불필요한 관점처럼 여겨졌다. 책 자체도 뭔가 의도적인 수단처럼 보였다.

삶은 분명 타인에게 평가 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되지만 나와는 다른 이상향에 조금 어긋났음은 명확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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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브랜드 - 당신이라는 브랜드에게
박찬용 지음, 최용준 사진 / 에이치비프레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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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를 펼치면 무엇보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화려한 이미지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감촉으로 느껴지는 뻣뻣한 유광종이와 더불어 사진들은 어찌나 눈부신지 강렬한 색채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손톱두께 마냥 잘게 파편화된 글자는 또 얼마나 작은지 쉽사리 시선이 가지 않는다. 읽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현란한 이미지 위에 정제되어 올려진 문단은 그냥 지나쳐버리기에 급급한 불필요한 장식 같이 여겨졌다.
그런 글들이 이 한 권에 모였다.
각종 매거진의 편집자로 경력을 쌓아온 작가의 포트폴리오 마냥 그가 작성했던 글이 한군데에 정리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사견이 강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분명한 정의내리는 것 마냥 기업소개 리플렛을 쥐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어 약간 아리송했다. 화려한 이미지나 강렬한 색채는 분명 없는데, 스쳐지나간 잡지를 읽는 상상이 머릿속을 내내 맴돌았다.

‘요즘 브랜드’랄까. 발권한지 몇 년 지나지도 않았는데, 급속하게 변화하는 패션브랜드 마냥 타이틀이 철지난 한 권 처럼 보인다. ‘요즘(이었던) 브랜드’라고 명명하면 조금 나아보일런가 생각했다.
고전과 트렌드 그 사이에 걸쳐서 중간의 역할도 제대로 못 잡은 애매한 위치에 이 한 권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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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충분한 삶 - 일상을 불충분하게 만드는 요구와 욕구를 넘어
헤더 하브릴레스키 지음, 신혜연 옮김 / 샘터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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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있는 외국작가를 한 명 더 알게되었다. 다만 두번째 챕터는 문화적 거리가 멀어서 미국은 가본적도 없는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얘기였다. 두번째 챕터를 열심히 읽다가는 작가에 대한 나의 관심이 사그라들것 같아 통째로 스킵해버렸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고자 했던 “충분한 삶”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이해가 안되었다. 하지만 이내 수긍했다. 그러면 어때, 이걸로 충분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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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거리에서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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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분위기에 맞지않는 책 커버가 거슬린다. 여러명이 얘기하는 귀여운 일러스트가 왜 최종 출판본의로 결정된건지 의아하기만하다. 그에 반해 소설은 기묘하게 빠져들게끔 흥미롭기만 했다.
원서로는 한 권으로 끝난 분량을 일부러 여유있는 페이지 구성으로 해서 두 권이라는 포맷을 만든것도, 소설 내용이랑 1도 관련없을 듯한 분위기의 귀여운 커버를 뒤덮어서 독자들을 현혹시킨것도 한국 출판사의 농락이라고 밖에 볼 수없다.
오쿠다 히데오는 훌륭한 이야기꾼인데 상업적인 누군가로인해 왠지 훼손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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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집 연대기 - 일생에 한번 자기만의 삶의 리듬을 찾는 경이로운 시간
박찬용 지음 / 웨일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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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가족을 떠나 각자의 독립생활을 시작한다. 이 책은 그 가운데 취향이 확고하게 다른, 혹은 그런 방향을 지향하는 작가가 던지는 독립생활 출발기이다. 30대의 작가는 의욕이 많아 보인다. 원래 생각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그 과정을 엿보는 건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갖은 프라이버시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개인의 이야기를 내어 보이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터.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렇게도 생각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며, 참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작가가 지향하는 바는 내 삶의 방식과는 너무 다르다. 그래서 좀 의아했고 이해가 되지 않았으며, 신기하면서도 조금은 불편했다. 냉장고와 세탁기가 없고, 와이파이가 없으며, 부엌을 사용하지 않는(결국에 본의 아니게 다 생기게 되었지만) 그런 작가의 취향을 언급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무엇이 맞는 방식인지 충분히 알고 있는 것 같아 선택적인 취향으로서 멋진 일이다.

반면, 출장을 갈 때마다 물건을 수집하듯 사들이는 게(물건보다는 그 과정에서의 뿌듯함을 성취하려는 면) 나는 별로였고, 유럽의 무언가만이 뭔가 진실한 형태의 오브제로만 간주되는 듯 묘사되어서 작가에게 거리낌이 생겼다. 작가도 약간은 이런 비판을 예감한 듯 에필로그에 독자를 향한 코멘트를 미리 달았다. 사람에 따라 느낄 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부분을 미리 언급하며, 가볍게 읽는 한 권이 되기를 바라며 작가 나름의 최대한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했음을 의도했다고 말했다. 직장의 형태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이렇게까지 크다는 게 분명하게 보였다. 작가는 사치품이라 분류되는 물건들을 자주 접하는 잡지에 몸을 담고 있어 익숙해져 있기에, 물건을 향한 자세가 매우 달랐다. 아니면 원래 본인의 취향이었기에 지금의 직업을 가진 것일까?

아무래도 작가는 주인집 할머니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몇 번이고 뭔가 자아도취 하듯 되뇌는 듯한 혼잣말처럼 주인 할머니를 언급할 때마다 나오는 억지스러운 긍정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읽히는 건 왜일까. 아무래도 말 못 할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음에도 차마 투덜거리는 변명처럼 보일까 많이 말을 아낀 듯했다. 어차피 삶은 아름답고 행복한 일만 있는 건 아니니까. 심지어 윗집 아랫집 한 지붕 아래서 사는 집 이야기면 얘기는 정말 넘치고 많을 것이다.


독립해서 나만의 공간을 갖는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신기하게도 나를 알고 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사는 데에는 정말 많은 노력과 손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뼈저리게 체험하게 된다. 독립을 꿈꾸는 혹은 이미 자립해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누군가도 이렇게 오늘을 살아가고 있음을 얘기하는 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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