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괴짜 노인 그럼프
투오마스 퀴뢰 지음, 이지영 옮김 / 세종서적 / 2016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순전히 ˝핀란드˝ 때문에 구입해서 읽은 책이다. 신문을 넘겨보다가 소설의 작가가 방한을하며 그의 소설을 배경으로 한국을 언급하며 그곳에서 그럼프가 등장할 것이라 했다. 일단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핀란드에서 그렇게나 많이 읽히고 사랑을 받았다는(혹은 그렇게 마케팅 된) 소문의 책에 대해 나는 분명한 호기심을 전달받았다.

묘사인지 독백인지 대화인지 도통 구분없는 서술방식이 낯설었다. (그래도 친절하게 ˝내 생각이 소리로 나왔나보군˝이라며 대충 넘겨집는식으로 구분해준다) 이게 핀란드식 유머인가? 주절거리는 노인네의 푸념아닌 자기고백이 쓸데없이 바쁘게 나열된다. 하지만 곧 화자 본인만이 진지하게 풀어내는 생각은 병렬적으로 나름의 규칙속에서 이뤄지고 있다는걸 깨닫기에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독자는 금새 그의 화법에 감탄하며(그건 순간적으로 발생되어 명확하게 구분짓기 힘들다) 매료되기 때문이다.

유언장을 보며 애틋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다소 거리감이 있었던 나와 할아버지의 지난 기억을 떠올려 보게되었다. 뭐 그리 어려울 것도 전혀 없어보이는데 미리 만들어 놓은 사고에 갇혀서 복잡하고 껄끄러운 존재로 치부해 버렸던 것이었을까. 기억하는 것만으로 밖에 그 아쉬움을 드러낼 수 없다는 사실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된다. 아마 살아 계셨더라도 나는 결코 조금의 관계개선에 노력하지 않았겠지. 사람은 그럼프가 말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어리석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덕분에 극도로 현실적이고 때문에 더욱 낯설게 보이는 지금의 나의 상황이 그대로 엿보인다. 세상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의 가공된 한 컷이미지로만 가득한 행복한 낙원은 아니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는 완전히 이해하면서도 호응에 열광하며 추종하는 이분법적인 균형에 길들여진 현대를 나는 향유하고있다. 나도 이제는 비꼬는 심드렁한 태도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자세가 뭐가 그렇게 사랑스러운지 이해할만한 나이를 먹었고,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할 것을 요구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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