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에 그려진 일러스트 만으로도 이 책은 당연하게 호기심을 일으키기 분명했다. 어느 누가 학생시절 자신이 가지고 다녀야 했던 문구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없었을 것인가? 그에 대한 질문에 답을 구한다면 저자는 타깃 설정에서 이미 엄청난 수준에 이른 고수임에 틀림없다. 사실 영국인 (본의 아니게 저자의 활동 구역이 수시로 노출된다)으로 바라 본 관점 탓인지, 내가 예상하지 못한 낯선 제품이 추억의 문구로 등장해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그건 나름의 신선함도 독특함도 느낄 수있는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매번 이미지 검색을 할 수고로움을 격을 수도 없으니 몰라도 아는 척, 알아도 모르는척 하고 책장을 넘기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잘 쓰던 대학 노트가 리걸패드라는 낯선 분으로 등장하는데, 차마 그게 그걸 뜻할 것이라 예상조차 못했다. 포켓프로덱터 라는 용어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너무궁금한 나머지 구글링..)문화적이 차이를 어쩔 수 없이 경험하고 나서는 문구 그 자체에대한 집중은 꽤나 흥미롭다. 특히 펜에 대한 아주 사소한 시작에서 현대에 이르기 까지의 확장성은 (이미 내가 경험해본 문구인 탓인지) 펜에 대한 경외심까지 품게 만들었다. 그런 이미 보편 기본적인 몇몇의 대상을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심도있게 문구얘기를 풀어내지 못한 점이 (그 폭이 너무 상대적인 탓인지) 조금 아쉬웠다. 후반부의 조금 자질구레한 잡담이 뭔가 용두사미. 그래도 작가가 보여준 세계관은 멋지고, 누군가에게는 매혹적인 대상으로써 구축된 공간을 엿보게 된 점은 부인할 수 없도록 좋았다. *바로 이전에 감명깊게 읽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가 피력하는 가치관과 상충되는 점이 엿보여 다소 어지러웠다.. (다시 물건을 모아야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