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라는 거장의 이름이 주는, 멀게만 느껴지는 무게와 권위 때문에 그의 생각까지 오해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스스로 듣고 겪고 생각하지 않으면 허상에 불과한 추측과 누군가의 판단에 기댄 편협한 의견에 그칠 뿐인데, 어찌 된 일인지 현대 사회는 사소한 착각을 진실과 뒤섞는 오묘한 재능으로 가득하다. 작가는 건넛집 아저씨마냥 투덜거리며 현실을 마주한 인간이었고, 피식거리며 웃어버릴 만한 이야기를 주저 없이 던져 댄다. ‘아니, 거장이라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말할 일이야?‘ 하고 반문해 보지만, 그 ‘거장‘이라는 게 진짜로 존재하는 것인지 아무 의심도 없이 받아들였던 내 판단에 왜 진작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는지는 스스로 답할 여지조차 두지 않았다. 생각은 계속된다. 진실은 있을 것이고, 결코 정의는 누군가에 의해 결정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삶을 사는 가장 허망하고 나태한 방식일지라도, 나는 그렇게 게으르게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