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여행을 주제로 작가가 경험한 일상을 엮었다. 사실 여행은 책의 컨셉에 지나지 않고, 작가, 그리고 작가 주변인들의 근황과 인간관계가 주 인것처럼 보인다. 때문에 프롤로그에서 작가가 던진 충분한 휴식이 무엇일까 하고 궁금증이 생겼다면, 책을 덮는 순간 목적지를 잃어버린 네비게이션 처럼 기대는 당혹감을 동반할 것이다. 에세이는 작가의 유쾌하고 호탕한 글 재주로 시종일관 빠른 흐름으로 전개된다. 내용이 어려운 주제를 다룬것도 아니기에 나는 SNS에 게시된 인플루언서의 계정을 흘겨보듯이 작가와 작가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무용한 잡답을 지켜본다. 관심이 경제가 되는 사회에서 관찰예능의 CCTV처럼 유명인을 감시하는것이 어색하지 않은 뉴노멀이 되었지만, 나는 에세이로까지 그 영역이 확장된 지금 상황이 당연하게 느껴지지않아 헛헛한 웃음만 나왔다. 적어도 독자는 챕터 중간중간 위트를 이끄는 장면에서 웃음이 나며, 어이없는 과장된 전개에 박장대소를 내보였어야 했다. 아무튼 오락거리로써 독서를 즐겨야하는 자세가 나한테는 매우 부족했다. 친구의 고민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는 와중, 각자의 입속에 구강 유산균을 넣어주며 다음 주 방송에 활용하는 제품을 테스트한다는 친구의 에피소드에 감탄하는 작가의 반응을 보며 나는 이 책의 본질을 엿본듯 했다. 친구가 상황을 업무로 치환하듯, 작가는 특별한 일상과 에피소드를 자신의 에세이로 보란듯이 남기며 이렇게 한 권으로 책을 남기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