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인 “안락사에 이른 일본인”을 오해하게 할만큼 “조력자살”이라는 타이틀의 범위가 조금은 어긋나보였다. 작가 자신이 한 챕터를 할애하여, 조력자살이라는 용어의 뜻을 suicide 에서 death 로 순화한 과정을 자세히 설명할 정도로 언어의미에 큰 조심성을 드러내는데 비하여 역자의 의도는 작가의 의중에 세심함을 더하지 못하였다. 책을 읽으며 나에게는 안락사의 개념 자체가 사람들에게 화두되지 못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만큼 작가가 경험한 현실이 더 무겁고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죽음을 얘기하지 않는 현실에서 늘 잘 살아갈 생각만할 뿐이었지, 잘 죽어야 하는 고민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 모두에게 언급해서는 안되는 터부가 되었음을 느낀다. 사람들은 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가. 자살이 주는 불쾌한 사건을 개인적인 사생활로 치부할 뿐 우리는 정면으로 진심으로 누군가를 이해하려 시도하였던가? 그들이 선택사항에서 배제된 항목으로 안락사를 택하지 못함은 분명 의도적으로 논의하지 않은 삶에 대한 배신감을 던진다. 삶을 마주하는 것과 동일하게 죽음을 마중하지 않으면 과연 인간으로써 어떤 의미로 시간을 보낼수있을까. 이 책을통해 나는 한 개인의 삶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녀가 살아온, 그리고 살아간 죽음을 경험했다. 쉬이 느낄수 없는 삶의 무게에대해 고민하고 앞으로 어떤 것을 생각할지, 그리고 타인의 존재와 남겨진 삶과 이어진 관계에 대해 나는 어떤자세를 취해야할지 고민과 질문이 뒤섞인 마음이 가득했다. 잘 살아가는 것 이상으로 잘 죽음을 맞이하는것 무엇보다 내게는 크게 다가온 삶의 의미로 되새길 필요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