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방법으로 추모를 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이 책 한 권을 읽는 것으로 그의 추모를 대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오랜 시간 잡히지 않는 책을 손에 쥐지 못한 마음으로 어슬렁 거리며 나는 어떤 자세로 이 책을 마주해야 할지 한동안 책 주위만 맴돌았다. 그의 별세 후, 병세 악화 전에 기록한 연주가 편집된 형태로 영화화된 기록이 개봉되었다. 책에서도 언급한 연주를 보며 나는 영화관이 문득 정중한 장례식장의 조문처럼 느껴졌다. 준비되지 않은 마음으로 관람한 영화 탓에 어떤 식으로든 마음을 정리할 개인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한 사람이 무덤덤하게 자신의 끝을 알고 기록해 나간다는 행위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기보다 묵묵하게 바라보고 읽어 내려감으로써 그 순응에 대한 논리를 대신하고자 했다. 지금은 음악으로만 그를 더듬어 볼 수 있고 과거의 자료로 남은 모습으로 실재하지 않음을 알게 되겠지만 이곳저곳에 남아있는 그의 흔적으로나마 여전히 그가 살아있음을 도리어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나는 작가로서의 사카모토가 보였고, 인간으로서의 사카모토도 보였다. 레스토랑을 위한 플레이리스트가 대서특필이 되었다는 소소한 에피소드도 여럿 작가와의 인연에서 시작된 많은 활동들 그리고 정치적인 견해와 의지가 뒤엉키며 치열한 인생을 살아간 그의 하루하루에 신기했고 감탄도 하며 일면식도 없는 그를 조금이나마 기억해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