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요? - 한국문학 번역가 안톤 허의 내 갈 길 가는 에세이
안톤 허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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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사람이 자신은 대단하다고 말하는 위엄에 지면위의 글자들을 털어보았자 겸손은 하나도 없다.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가 되려는 작가의 일관된 태도에 경의를 느끼면서도 나는 그가 주창하는 의지가 역으로 불완전한 인상을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했다.

작가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편향된 시선과 대우, 적절하지 못한 지원에 대해 할 말은 다 하겠다며 그동안 쌓아둔것 같은 이야기를했다. 저명하고 권위있는 상에 노미네이트된 작가에게 주어진 발언권이기에 그 상황이 씁쓸하지만, 어쩔수 없다. 대중은 무명의 누구나인 대상을 달가워하지 않을테니.
번역가들에 대한 처우가 나쁘다는건 이미 다른 작가들의 책을 통해 견해를 엿보았음에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고충을 토로한 모습에 다시 한번 더 상황의 심각성을 그대로 전달받는다. 작가의 지면위에 늘어놓은 불쾌함과 불만은 인쇄된 활자를 넘어 감정 그 순수한 형태로 드러나서, 나는 겉표지의 아장아장 귀여운 노란 페이지들에 담긴 디자인과 작가의 간극에 위화감을 느꼈다. 이것은 작가 개인의 주장에 불과할 수도 있다. 번역가라도 서로의 처한 입장에 따라 조금은 다른 견해를 내보일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애정과 큰 자신감을 갖고 있기에 이만큼의 조언과 비판이 가능한지 모른다. 다만 자신의 직업만큼 타인의 업도 소중하고 의미를 갖고있음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하는 구절이 있어서 나는 문장에 드러난 태도에 아쉬움이 남았다. 그들도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것이다. 작가 본인 이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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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안 2024-01-17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예시로 든 교열자(본문에서는 ‘카피 에디터‘라고 하고 있는데)가 저자 본인의 원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간섭한 거에 화난 건 알겠는데, ‘교열‘을 ‘오타 따위나 고치는 일이지 중대한 편집이 이루어지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단언하는 거에선 교열자들의 업을 무시한다고밖에 느낄 수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