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사 - 조금씩, 다르게, 살아가기
요조 (Yozoh) 지음 / 북노마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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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서울의 이곳저곳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독립서점이 유행처럼 각자의 매장을 오픈할 즈음, 나는 사무실의 딱딱한 테이블에 앉아 팀장이 지시하는 책방 프로젝트를 따르고 있었다. 때문에 책방 무사가 사무실 근처의 조용한 언덕 위에 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그곳을 소규모 서점으로 생각하기보다 비즈니스의 도구가 될 수 있는 대상인지 여부를 파악하려 애썼다. 그 당시 내게 그곳은 책방이라기보다 한 때 유행의 흐름에 편승해 생겨난 장소 그 이상은 안 되는 듯했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뒤늦게 그 책방이 주인이 된 이야기를 손에 쥐고 앉아 서점을 운영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독립서점을 취합하고 있던 그 당시의 나는 사무실에서 벗어난 지 이미 오래되었고, 계동에 있던 책방‘무사’ 또한 이미 그곳을 떠난 지 오래전이었다. 겉에서 바라보기에 마냥 낭만적이고, 시간과 여유가 남아서 책방이나 오픈했던 것 같던 유명세 있는 저명한 사람이 시간이나 죽일 심상으로 (이렇게 오해하고 있어 정말인지 참으로 죄송하다) 운영하는 것 같던 그 공간은 나의 철저한 고정관념으로 오해되었을 뿐이었다. 매달의 내역서를 보면 적자임에 분명하여 계산서를 정리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운영 상황과, 여성 운영자에게는 CCTV설치가 필수인 독립서점의 모양새는 날것을 드러낸 판타지였다. 마치 산타할아버지는 사실 너의 부모라고 기껏 모른 척해왔던 노골적인 진실에 맞닿은 것 같은 당혹감으로 나는 그 상황을 애써 못 본 척 외면해 왔는지 모른다. 독립서점이라는 네 음절의 소소한 개인의 취향이 가득 담긴 프레임 안에 고이 사고를 접어 넣어 세상이 너무 각박하기에 나는 그런 판타지라도 누군가 지속하고 있다고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작가의 글은 늘 내게 너도 잘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딱히 응원의 말 따윈 한 줄도 안 쓰여있는데 한 권을 후루룩 읽으면서 계약된 상황의 어쩔 수 없는 경제적인 이유로 글을 쥐어짜는 작가의 상황과는 전혀 상반되게 나는 독특한 감명을 받는다. 이렇게 살아갔던 사람이 있구나. 단순히 책을 좋아하고 책이 좋아서 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는 너무 당연한 조건과 환경의 일치함이 무료하게나만큼 재미없게도 그 사람의 인생이 된 것 같아서 나는 그 점을 사람들이 만들어낸 판타지로 오해하고 가공해서 곡해하지 않았는지 했다. 홀로 서서 내가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은 참으로 외롭고 쓸쓸하다. 정답이 없는데 만들어 나아가려다 보니 자꾸 주변을 흘겨보고 잘하고 있는지 비교대상을 찾아 스스로를 재단하기 일쑤이다. 나보다 앞서나간 누군가를 보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되는 나에게 작가의 글은 네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돌이키게 하며 나는 그렇게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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