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아닌데 뿌듯합니다 - 사지 않아도 얻고, 버리지 않아도 비우는 제로웨이스트 비건의 삶
이은재 지음 / 클랩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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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게 소비문화의 자본주의와 맞닿으면 새로운 트렌드가 된다. 그린워싱을 대변하는 또 다른 마케팅의 활로가 활짝 열렸을 때 많은 기업은 친환경과 녹색을 가장한 상품을 통해 대중의 소비를 독려하는 방식을 똑똑하고 착한 소비자로 치환하며 그들의 행동을 격려하기 마다하지 않았다. 방식이 어찌 되었든 하나라도 더 팔면 과정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후반부에서 지적하듯 이미 미니멀리즘은 대중들 속에서 보기 좋은 양태로 재단되며 소비되고, 본질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모를 정도로 인테리어나 무드, 감각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으로서 대중에게 각인되어 버린 듯하다. 때문에 작가는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이 이와 같이 따라가려는 부적절한 앞날을 우려하는데, 안타깝게도 이미 소비트렌드의 하나로써 사람들에게 사용될 하나의 모티브가 친환경으로 자리 잡은 건 확실한 듯하다. 모든 기업이 ESG경영이라는 거대한 명제하에 환경을 고려한다는 마케팅을 치밀하게 짜고 있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교묘한 수법으로 소비를 독려하기 위한 또 다른 기법임에 다름없었다. 적어도 제로웨이스트를 제창하면서 그들의 물건을 사주길 바란다는 것 차제가 모순 덩어리가 아니던가. 
제로웨이스트의 삶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 텀블러와 다회용기를 들고 다니는 수고며, 쉽게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도착하는 빠른 배송시스템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이 타성의 노력에 젖어버린 현대인의 삶에서 과연 가능하긴 한 건지 의문이 들정도 이기 때문이다. 편함으로 가는 길은 매우 쉬운데 거꾸로 거슬러 되돌아가는 방법은 정말인지 구태여 선택하고 싶지 않다. 편의를 필수로 만들어버리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당연함은 돈으로 환산되는 특별한 가치가 되었기에 이제는 모든 사고방식을 돈으로 변화하여 가격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삶을 공유하기에 더더욱 불편을 향한 수고는 생략하고 싶을 따름이다. 때문에 한 개인이 일상에서 투명 페트병을 분리하고 뚜껑을 모으는 행동이 무슨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했다. 나 혼자 고기 안 먹고 비건을 지향한다고 해서 전 세계의 소들이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 드라마틱한 변화와 지구의 행복은 조금도 관련성이 없어 보이는 막연함으로 가득 차 있는데 그럼에도 나는 작가와 같이 조금이라도 덜 쓰고 가려먹고 유난 떨면서 소비를 경계하고 있다. 그냥 내가 마음이 편할 뿐이다. 딱히 누구를 위해서 그러는 것도 내 후손과 자녀들을 위해 그러는 것도 아니다. 대의를 위한 명분이라기에 내 행동의 실천이 너무도 초라함을 알고 있기에 큰 의미부여를 두지 않으려 한다. 이렇게 사소한 실천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가 되고, 모두가 되고, 국가가 되면 또 다른 얘기가 되지 않을까. 이런 막연한 집단성에 기대어 나는 조금이나마 안도를 할 따름이다.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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