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서 따라갔다. 목욕이야 집에서 샤워로 마치면 될 텐데 구태여 탕에 들어가서 마음을 씻는다는 그의 주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요즘에 웬만한 집에는 욕조가 없다. 1인가구인 탓에 집이 좁은 이유도 있겠지만 생활방식이 욕조 문화와 점점 멀어진듯한 인상이 더 강해 목욕방식이 내가 어렸을 적에 익히 알고 있던 방식과 함께 세월은 변화하지 않았을지 추측해 본다. 사우나와 찜질방이 아닌 목욕탕만을 고집하는 작가의 개인적인 사연이 담겨 있는 이 한 권은 목욕탕에 관한 한 가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비누를 밝고 미끄러진 온천탕의 아름다운 사고가 떠올랐고 작가는 시부모의 목욕탕 운영을 운명으로 갖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목욕탕을 사랑했다. 몸을 씻는다는 숭고한 행위가 나 자신을 다스리고 스스로를 돌아본다는 위안의 시간이 됨은 저명하다. 그 사소한 개인의 시간마저 사치로 취급되는 요즘에 이르러서야 점점 사라지는 동네 목욕탕의 존재가 귀하고 애틋했다. 이와는 반대로 휘황찬란하게 바뀌어가는 대형 스파와의 대결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목욕하지 못한 하루의 무게만큼이나 찝찝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나는 아마 이 책을 덮으며 친구를 꼬드겨 이번 주에는 목욕탕에 가겠다 생각했다. 동네 골목에 숨겨진 아직 남아있는 그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