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서 생각해 보라는 말은 감정이 격해 목소리의 톤을 높여보아도, 침착하게 상대방을 구슬리는 다정한 늬앙스로도 답답하긴 매한가지인 상황을 피력하는 마법의 주문 같다. 늘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어도 항상 경계하며 타인의 입장을 고려한다는 의지만으로도 쉽사리 하강해버리고 마는 그 개념이 낯설고도 멀게만 느껴지는데, 그만큼 역지사지로 타인의 상황을 파악한다는 관점은 나와 같은 어리석은 인간의 좁은 소양으로는 이해할 길이 너무나도 아득하기만하다. 급작스런 백혈병으로 삶을 다시 고쳐쓰지 않으면 안되게 된 기자가 작가로 글을 썼다. 글을 쓸 수 있는 여러가지 이유가운데, 자신의 질병으로 그 이유를 들었다는 점이 매우 애석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애초로운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현실을 문제시 하려하지 않았다. 에세이에는 젊은 나이에 갑자기 찾아온 질병 앞에서 가장으로서, 한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담담하게 서술되어있다. 계속해서 연거푸 진행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실망을 감출법이 없을 텐데 작가는 희망의 끈을 잃지 않으려는 독한 의지를 내세운다. 응원이랄까 지금도 병마와 싸우고 있는 많은 환자들이 그들의 생을 외면하지 않고 오늘을 열심히 살고 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생각해본다. 당연시 된 오늘의 자연스러운 날들이 감사하지 않고 내가 누려야할 기본 의무처럼 여겨진 것은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결여되었기에 가능한 무례함이다. 그렇게 작가를 통해 나는 오늘을 살고 있는 타인과 나를 돌아보며 잊혀져버려서 금세 사라져버린 세심한 주의력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본게 된다. 기자라는 객관적인 정보와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직업상의 글 습관 때문인지 내게는 다소 작가의 글이 설득력있거나 흥미롭게 다가온 부분은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어쩌면 정신 흐트러지게 멋진 감각과 감각적인 독창성으로 화려한 글에 익숙해진 내게 작가의 글이 단조로운 무미건조한 담담함으로 다가왔기에 그 간극이 서로다른 인상을 남기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지나 작가가 완쾌했으면 했지만, 1년 후 청력에까지 문제가 생겨 그 또한 작가의 에세이로 나왔다는 후기에 조금 마음이 안쓰러웠다. 작가는 그럼에도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개인적인 안쓰러움은 뒤로하고 하루에 충실한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는 건 한 인간으로서도 나를 부끄럽게 하는 멋진 일이다. 작가의 상황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채, 나는 이렇게 타인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시도라도 해보려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