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싱어송라이터라는 유명세로 압도되어서 오히려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게 사실이다. ‘요조’라는 이름은 너무 많이 들어 봤는데 그게 딱히 그녀의 음악을 찾아서 듣는다거나 책방을 열었다든가 해서 가본다거나, 글을 썼다는 책을 찾아볼 이유는 되지 않았다. 저명하다는 과장된 입소문에 따른 과거 기억 속의 실망이랄까 아무튼 나는 기대를 걸고 싶지 않은 관성 탓을 해본다. 사실 이 책도 주체적으로 읽어볼 요량으로 책을 펼쳐본 것은 아니다. 굉장히 우스꽝스럽게도 ‘장강명’ 작가의 책에서 수시로 언급되는 ‘요조’의 등장 때문에 자연스럽게 꼬리에 꼬리를 물듯 나는 책을 읽었다. (장강명의 에세이에서 이 책을 꽤 위트 있게 추천했다: 심지어 다른 이유로 ‘요조’는 마무리 글에서 작가‘장강명’을 언급하며 그에 대한 감사와 이 책의 공헌을 돌린다) 떡볶이를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감상이 일었다. (파스타도 아니고 갈비찜도 아닌 분식인 떡볶이가 과연..) 나한테는 적어도 멋들어진 메뉴도 아니고 흔히 볼 수 있는 그냥 평범한 음식일 뿐인데 그래서 작가에게는 더 특별하고 소중히 여겨야 할 대상이었을까. (보통의 위대함이 여기서 등장하는 것일까) 떡볶이 하나로 이렇게 많은 일이 작가에게 일어났고 (심지어는 이렇게 책을 썼다!) 다양한 사연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다. 그걸 지나쳐버릴 평범한 에피소드로 넘겨버릴 법도한데 작가는 유머러스한 필체를 활용해 멋들어진 글로 일상을 뒤집고 재발견한다. 작가는 과연 책을 쓰는 시작과 끝맺음까지도 (출간 계약하는 과정을 소재로 삼다니!!) 하나의 에피소드로 엮을 수 있는 대단한 실력자이었다. (나는 왜 유명세라는 불필요한 장애물로 작가를 모른척하였던 것일까..) 작가는 후기에 독자들이 이 책을 덮고 떡볶이를 먹고 싶어지는 이유가 되었다면 그걸로 이 책의 목적이 충분하다고 했다. 그녀의 바람은 간절할지 몰라도 이미 책 자체가 자극적으로 맵고 달콤한 떡볶이 그 본질이 아닐는지 했다. (종이로 떡볶이를 만든다면 과연 이렇겠군!) 작가는 독자가 알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실명(등장인물들의 본인들은 당연히 동의했겠지..?)을 언급하며 현장의 디테일한 상황묘사가 정말 뛰어난데, 이게 누구나 애용할 수 있는 사진보정 필터라 한다면 그 자체로 엄청난 인기겠다. (무기력한 일상의 건조함에 생기를 더하는 묘사를 나도 경험해보고 싶다) 나는 이 책을 너무 재밌게 읽었던 탓인지 한 에피소드를 (박군떡볶이 부분) 친구에게 연신 열심히 설명했다. 하지만 감칠맛 나는 작가의 글솜씨는 1할도 반영하지 못한 채 이야기는 떡볶이집이 작가의 클레임 때문에 폐업을 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진중한 사건처럼 되어버려 오히려 재밌는 책이 졸지에 단순한 카더라 뉴스처럼 다뤄졌다. (아 이래서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달된 뜬소문은 믿을 수가 없군..) 나는 전파하고 말 것이다. 이 작가의 훌륭한 떡볶이 한 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