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는 안 주셔도 돼요 - 소설가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기
최정화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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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는데, 실천에 이르는 행동까지 옮기기가 쉽지 않다. 작가의 말처럼 편안함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세계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불편한 삶을 일부러 선택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아니 오히려 이상하다고 해야 할까? 쉽게 쓰고 버리는 간편함이 있는데 왜? 구태여 돌아가는 어려운 길을 누가 선택해 마다하지 않을까? 이에 더하여 저자는 주장한다. 행복과 풍요는 당연하게 공존하는 사상인줄 알았는데, 실상 풍족함과 선택의 다양성은 현재상태의 부족함을 일깨워 주는 트리거가 되어 행복을 가장한 연극처럼 상연될 뿐이라고. 이게 단순히 “비닐봉지만 안 받겠다”는 이 책의 타이틀과 제로 웨이스트 활동과 무슨 관계일까 하겠지만, 흥미롭게도 이 책은 작은 사소한 출발점이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큰 전환점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분명하게 일회용과 플라스틱으로 대변되는 사회는 무언가 잘못된 방향으로 작동되고 있음을 우리는 간접적으로나마 짐작했다. 쉽고 빠르며 값싼 대가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환경의 급작스런 변화와 자연재해를 통해 각종 문제점을 청구받고 있는 지금에 이르서야 추측이 현실이 됨을 조금씩이나마 깨닫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작가처럼 행동의 연장선을 채식을 추구하거나, 작가라는 이점을 활용해 글을 쓰며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파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대단한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각자의 삶 안에서 변화는 시작될 수 있고 영향력은 큰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신뢰했을 때, 우리는 그제야 무언가를 변화시킬 자세를 갖춘 것은 아닐까. 
다만, 본 책에 서술된 작가의 행동이 오직 바른 것이며 옳다고 타인을 재단하는 불편한 잣대는 금물이다. 중간중간 실패의 과정을 통해 작가가 환경을 생각한다고 행동으로 취했던 것들이 오히려 사회의 규칙을 침범하며, 단순 흑백논리로 단정 지어 판단했던 오류들이 그 증거이다. 결코 타인을 평가하는 우리만의 영향력 있는 행동범주로 한정해 그들과 나를 구분 짓는 특별한 지위처럼 비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작가의 글에서 나는 동의하는 부분도, 마냥 긍정만 할 수 없는 의견도 있어 사려 깊게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타인이 나와 같지 않음은 너무나도 저명하며 나의 철학이 내게 올바르듯 타인의 행동거지를 나로 반추하여 고치려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작가가 일례로 소개한 업사이클은 다소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 공상처럼 보였다. 단순히 남은 페트병이나 빨대를 조합해 인테리어 삼는 것은 애초의 무엇이 목적이었는지 오히려 반문하게 된다. 심미적인 감성은 그렇게 강요한다고 만족될 영역은 아니다. 오히려 비워진 공간에 쓰레기로 장식된 불편함만 일으킬 뿐이다. 원론으로 돌아가면 불필요한 자원소비를 줄여 그대로의 추구에 있지 나의 환경을 복잡하게 장식하려 함은 아니기 때문이다. 
친환경소비든 재활용소비든 소비는 소비이고, 어떤 관점에 서있든 간에 소비로 무언가를 파괴함은 기업들의 수익개선을 위한 투자증대의 논리 가운데 간과되기 일쑤이다. 그들의 계획은 매우 논리적이며 ‘그린워싱’을 교묘하게 꾸며 초록색으로 뒤덮은 매력적인 새로운 마케팅 영역으로 친환경을 가장한 시장영역만 늘렸을 뿐이다. 이러하듯 논의의 대상은 너무 많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단순히 책 한 권으로 끝낼 잠깐의 주위환기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며, 끊임없이 경계하며 다시 볼 자세가 요구됨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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