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쇼핑을 좋아해 쏜살 문고
무라카미 류 지음, 권남희 옮김 / 민음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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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된 영문인지 원제가 “의외로, 쇼핑 좋아해 (案外、買い物好き)”인데, 번역본에서는 “남자는 쇼핑을 좋아해”라는 말로 치환하며 “남자”라는 특정 성별로 한정된 그릇에 글을 담아 버렸다. 남자는 쇼핑과는 조금 떨어진 영역에 있지 않나 하는 선입견이 뒤집힌다는 감성이 그대로 녹아난 타이틀이었는데 글들이 실린 시기와 무려 10년이 넘은 책 출간의 간극 탓인지 조금은 단언해서 주장하는 듯한 뉘앙스로 번역된 것일까. 이 작가가 풀어내가는 소비패턴이 영 여자분들에게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구매욕이랄지 (사실 작가의 구매는 성별을 떠나 유난스러운 소비방식임에는 틀림없다) 뭐 그런 여러 이유 때문이었을까? 다시 한번 강조해서 (이) 남자는 쇼핑을 좋아한다는 인식을 책 커버부터 강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상이다. 
특히나 반복적인 말투에서 이따금씩 그의 인상적인 사고가 드러난다 “이탈리아에 2년 가까이 못 가서 구두도 부족하지만~” 언제부터 구두가 일회용품이 되었던 건가? 이탈리아 구두는 2년만 신으면 지우개처럼 닳아서 삭아 없어지는 걸까? (이탈리아 구두는 안 신어봐서 토통 상상력을 동원해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탈리아에서 구매하는 셔츠처럼 유달리 독특한 집착이나 만큼 나카타 선수에 대한 애정도 에세이의 곳곳에 드러난다. 그의 경기를 보러 이탈리아에 가는 건지 셔츠를 사러가는 김에 경기를 보게 되는 건지 주객이 전도되는 것 같은 우스꽝스러운 행동도 엉뚱하다. 그럼에도 나카타 선수가 작가에게는 본인의 작품에서 스토리라인의 재료가 될 정도로 큰 영향력을 주는 것임에는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한편으로 축구에 관심이 1도 없는 나에게는 이게 뭔 얘기인가 했다) 간간이 놀러 온 서울에 대한 이야기도 반가웠고 (딱히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으나) 뭐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이 다 있나 하는 또 다른 경험도 엿보았다. 일본에서 유명하다는 작가는 어떻게 돈을 쓰며 살고 있나 호기심 가득한 관점에서 관찰하고 싶다면 쉽게 읽을 수 있는 한 권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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