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계급투쟁
브래디 미카코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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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을 한 ‘나, 다니엘 블레이크’을 본 적이 있다. 주관적인 개입을 가능한 차단한 감독의 시선이 인상 깊은 영화이었지만 그보다 앞서 선진국이라 자부한 어두운 영국의 사회상을 그려낸 점이 다소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 나에게는 한동안 멍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다. 영화에 뒤지지 않을 것처럼 이 책 또한 적나라한 영국의 현실을 한 권으로 다시 한번 드러낸다.

’보육교사’와 ‘영국 정치’라는 도통 연관점이 없어 보이는 두 가지의 교집합에서 작가는 분명하게 말한다. 나는 여기서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음을. ‘브래디 미카코’가 전개하는 화법은 정말인지 매번 군더더기 없이 (그녀가 화두로 던지는 주제가 엄청 극적인 것에 반하여) 평이하기 그지없다. 분명 작가 개인이 겪은 아주 사소한 사적인 경험인데 어찌 된 지 나는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녀가 전개한 세상은 너무나도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탓인지 파고들면 금세 내 주변 얘기이고 누군가가 겪었던 어제의 야이기 마냥 들린다. (심지어 그녀는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경의 장벽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세계화의 일환인가?) 조금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시류의 흐름에 맞춰 정권의 변화에 따라 저변 탁아소와 긴축 탁아소를 거쳐 보육교사로 일을 했던 저자의 경험담은 정말인지 어느 영화보다 흥미롭게 전개된다.
“가장 낮은 곳에 있으면 정치의 변화가 사회를 어떻게 바꿔놓는지 잘 알 수 있다.”라는 작가의 말은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정의와 같다. 이는 영국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도 적용 가능한 개념으로 팬데믹에서 시작된 유례없는 극심한 변화는 많은 부분에서 사회약자들을 배제하고 누락시키면서 그들의 존재를 지워버렸다. 이들을 보살피고 유심히 바라보지 않는 건 정치라는 집단지성의 권위자들이 오만하고 무지해서가 아니라(그들은 원래 오만하고 주변에 대해 무지하다) 분열되어버린 서로의 위치에서 더더욱 멀어졌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무리 좋은 말과 현명한 철학이 표면을 화려하게 장식한들 서로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지 못한다면 탁상공론에 그치는 빛 좋은 개살구에 빗대어 뭐하겠는가. 안타깝게도 세상은 소수를 보존하기 위한 관점으로 방향을 틀어 나아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세심하고 사려 깊은 사고가 모여 힘을 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를 우리는 정말인지 바로 앞에 마주하고 있는데 이를 모른척하고 그들을 유령 취급한 채 살아가고 있다. 무지와 어리석음으로 변명을 둘러대던 입막음은 도대체 언제까지 묵인해야 할까. 이 책으로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고난과 비난이 되지 않도록 집단이 생각을 고쳐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고를 작가는 에둘러 던지려 하지는 않았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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