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작가님이 보시기에 매우 불경하게도 나는 술을 못한다. 이렇듯 ‘술’이라는 명사에 동사인 ‘못하다’라는 연결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아마 다른 언어로는 절대 이렇게 자연스러운 느낌을 완성할 수 없을 거라 소심한 추측을 해본다; 나는 술에 취하지 않았기에) 한국 사회에서의 ‘술’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음주가 강요와 당연히 되는 몇몇의 상황을 미묘한 경계선에서 마주했던 나는 번번이 당혹스러운 상황을 마주했다. (심지어 놀랍게도 2022년인 현재도 종종 이런 경우가 있다!) 본의 아니게 주류(酒流)의 그들에게 나는 분명하게 비주류로 분류되었다. (나는 정말인지 마이너한 내 성향을 포기 못하며 주류가 될 수 없을 운명이다) 그런 연유로 손꼽아 좋아하는 작가의 글임에도 나는 선뜻 이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단지 이유가 너무 분명했다. 술에 관한 이야기라니.. 정말인지 나는 술에 관심이 아주 조금도 없다. 이에 반해 작가는 본인 인생을 구성하는 삼원색을 책, 술, 축구로 분명히 (그리도 매우 단호하게도 그 각각의 주제로 책을 펴냈다! : 이 엄청난 추진력이란 무엇일까. 역시 술?) 언급했다. 거론한 관심사 중 ‘책’을 제외한 그녀의 관심 카테고리에 나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매우 기묘했다. (아.. 이래도 작가의 팬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나는 무모한 도전처럼 개척지를 넓히는 마음가짐으로 (작가가 던지는 엉뚱하고 기발한 화법에 이미 사로잡힌 지 오래되어 벗어날 수 없다..)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또다시 혼비 월드에 빠져들었다.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술은 못해도 술을 마시면 취한다는 의미는 막연하게 느낄 수 있다) 상황을 묘사하며 제정신 아니게 마시던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작가는 담담하게 내던진다. 아니 내던진다기보다 이제껏 감춰두었던 복주머니에서 (아마 그건 작가가 차곡차곡 모아두었던 보물임에 분명하다) 하나씩 꺼내는 모습이 마치 “옛다~! 하나 더” 하면서 휙휙 아무렇지도 않게 마구마구 선보이는 후한 인심처럼 보였다. 어찌나 그 모습이 쿨하던지 이제껏 내가 알던 술 취한 사람과 음주로 비롯된 사건사고들, 횡설수설함이 당연했던 불쾌한 술기운의 주절거림들이 던져지는 챕터들의 하강곡선과 함께 미묘하게 섞여내려 갔다. 이렇게 유쾌하고 즐거운 순간으로 술을 즐기고 삶을 동반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며 내심 감탄했다. 절대 감출 수 없는 유머 본능은 뒤로하더라도 아마 작가의 글들이 8할은 술이라는 알코올에서 발효돼서 작성되는 건 아닌지 심히 의심이 될 정도였다. 동시에 비주류에만 머물 것 같은 작가가 이번 계기로 너무 유명해져서 주류의 세계로 들어왔다는 사실에 거리감이 일었다. (대한민국에서 ‘술’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정말 메이저한 주제임에 분명했다! 매우 슬프게도) 반면, 술김에 하는 얘기를 왜 평소에 못하는지 타인의 태도에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작가는 일침을 날렸다. 음주없는 얇고 긴 관계로 설정될 개인 사상은 본인과 맞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모든사람이 술을 동반하지 않는 가늘고 길게 갖는 인간관계를 (허물없는 의사소통) 불완전한 형태로 치부하지 않는다. 꼭 술을 못하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그들 나름의 관계 형성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오히려 그 나름의 방식대로 방법을 찾아 따옴표로 마무리 짓곤한다. 다소 작가의 술에대한 대단한 애정으로인해 비주류를 이와 같이 소외시켜버리는 관점에 나는 적어도 동의는 못하겠다. 사실 그만큼 사회라는 표면적인 관계에서 알코올이라는 물질로 소독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서로의 상황들이 차단되어있다만 일방적인 방식만으로 문제의 해결이 있는것은 아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각자 방법은 찾는다. 주사를 이렇게나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는(기억 속에서의 조작일지도 모르겠지만) 작가의 능력이 대단했고,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다듬어서 문자로 책으로 남기는 호기로운 태도에 감탄을 했다. 술이라는 게 적어도 작가와 같이 즐기면서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조금도 공감이 되지 않을 작가의 흥미에 동의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면서도 나도 모르게 웃어넘기게 되는 상황이 이렇게 자연스레 수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