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의 얼굴들
박주영 지음 / 모로 / 202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직업은 생계를 위한 수단이라는 목적이 무엇보다 강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의미로 많은 관점을 내포한다. 내 관심사, 내가 바라보는 관점과 성향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직업은 그렇게 또 다른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의 한 줄기가 된다. 2022년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한 번쯤 되뇌었을 법한 질문이 문득 떠올랐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사회를 마주하고, 우리를 구성한 다수는 무엇으로 현재를 바라보는가. 이 책은 끊임없이 변모하는 시간에 앞서 판사라는 직업 위에 작가가 바라본 현미경에 비친 현재를 엿보게 돕는다.

사실 대중들에게 뉴스로나 접해봄 직한 사건·사고들은 매우 낯설고 어색하다. 그러한 궁금증과 호기심 때문인지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간간이 화두 되는 극적인 뉴스로 사람들은 화제를 모으거나 쉽게 공감을 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누군가에 의해 가공되고 완성된 서사일 뿐, 그 뒤에 존재하고 있는 당사자의 현실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스스로 나서서 파헤쳐볼 여유도 없기에 그렇게 모른 척 해두고 나와는 상관없다 치부한 그들의 이야기가 어떠했을지 대중은 사실상 궁금조차 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에 반기를 들듯, 작가는 소소하게 그렇게 가려져 왔던 이야기를 슬그머니 꺼내어 보여준다. 그 안에 담긴 사람이 주체가 된 우리 혹은 누군가의 서사를. 따뜻한 마음으로 건네는 문장에서 작가의 애틋함과 한 인간을 바라보는 감정이 우러나와 나도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진다.

이렇듯 직업이 부여한 새로운 관점이 나와는 다른 지금을 새로 보게 한다. 물론 내가 직접 경험하고 익힌 것이 아닐지라도, 이렇게나마 작가가 엮어둔 글이 모여 만들어진 좋은 책 한 권으로 대신해 본다. 지금을 사는 것은 주변을 바라보고 나를 익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쉬이 그 관심을 줄이는 게 어렵지 않을 것임을 나는 계속해서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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