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임팩트 맨 - 뉴욕 한복판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남기 1년 프로젝트
콜린 베번 지음, 이은선 옮김 / 북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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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보고 가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포인트가 있다. 상대를 생각해 배려한답시고 후하게 베풀어준 선의가 타인에게는 당연한 권리처럼 취급되었을 때 나는 낙담하고 분노한다. 이렇듯 선의가 권리로 변모한 자연스러운 사고가 현대인들에게 스스럼없이 자리를 잡은 건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가장 최근의 경향처럼 보였다. 우리는 왜 이렇게 이기적인 사고를 개인주의라는 아름다운 해석으로 가공하여 자신을 가장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또한, 나는 왜 환경을 아끼자는 작가의 책을 읽으며 뜬금없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지구를 위해 전기차단기를 내리고 물을 아끼고 대중교통조차 이용하지 않으며, 심지어 화장지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작가의 1년여간의 무모한 시도는 이상하게 다른 관점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시사점을 던진다. 왜 작가가 이런 황당하게 짝이 없는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다시 서두를 읽으면 그 이유를 알게 되겠지만) 엉뚱한 이유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는 딱히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은 없다. 다만, 풍성하고 윤택하게 살아온 당연한 삶의 환경에 크게 의심하지 않는 대중들이 오히려 낯설었을 뿐이었다. 음식은 남을 만큼 주문하고 부족하지 않게 남겨둬야 품위가 있어 보였고, 매년 신제품 발표회로 출시되는 기기들에 관한 관심은 놓치지 말아야 할 당연한 관심사처럼 보였다. 주기적인 소비와 반복되는 광고에 길들어져서 구매를 위한 인생이 마치 나의 목적처럼 대두함에 조금의 의구심도 갖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에 호응하듯 어차피 짧게 살다가 죽을 거 남 눈치를 안 보고 하고 싶은 대로 살라고 기업들은 외친다. 지금 당장 소비하고 원하는 것을 손에 쥐었을 때 행복할 것이라고 뻔뻔하게 소비자의 마음을 구슬리려 하지도 않고 당연하게 제창한다. 그 가운데 사람들에게 자리를 잡은 새벽 배송은 직접 손으로 물건을 살펴보며 장을 보는 일상의 행복을 은근슬쩍 빼앗고, 버튼 하나로 배달되는 매일의 식사에서 요리하는 과정의 기쁨을 잊게 했다. 먹고 사는 노동의 아름다움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담기는 콘텐츠로 미화될 뿐이고, 개인에게는 지루하게 겪어야 할 직접적인 태만의 대상처럼 취급되었다. 이미 우리는 ‘누구나 쉽고 편하게’라는 신조 아래 남의 권리를 빼앗고 노동을 취하며 폐해를 묵인하는 중 인간의 됨됨이조차 쉽고 편하게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딱히 지구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아도 좋다. 지금 내 앞에 물건 하나, 음식 한 개조차 누군가의 손을 거치고 어떤 에너지를 소비하며 이 자리까지 도달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는 겸허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 안에서 잠시 왔다가 죽음으로 사그라지는 개인이 어떤 자세로 머물다 가야 하는지 고민해 볼 수 있다면 자연스레 빌려 쓰는 지구의 자원에 대한 배려심은 당연하게 자리를 잡지 않을까. 구태여 환경보호라는 타이틀을 앞세워서 어떤 구체적인 행위를 제창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매우 어려운 시대를 우리가 공유하고 있음을 이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각자의 삶에 대한 의무가 있듯 당연한 존재에 대한 책임이 모두에게 달려있음을 조금이나마 깨닫기를 바라며 오늘도 조금이나마 덜 쓰고 아끼며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구의 선의는 권리가 아님을 끊임없이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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