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라는 유행 인플루엔자가 속속들이 뉴스를 타고서 귓속으로 전해 오기 시작할 즈음, 나는 그게 당분간의 해외여행에 대한 작별인사임을 예상도 하지 못했다. 평소에는 심드렁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제약을 받으면 어찌나 희소하여 더 갈구하게 탈바꿈하게 되는지 인간의 심리란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대만은 조금도 흥미있는 곳도 아닐 뿐더러 오히려 관심 외의 지역이었다. 타이페이가 대만과 동일어라 생각할 정도니 말 다했다. 기회가 생겨 방문했던 도시의 기억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정도 였다. 그게 파장이 되어 꼭 다시 가야할 것만 같은 곳으로 변화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여행을 못가니 여행책이라도 사야했다. 이런식으로 포스트 뉴-노멀을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를 영유하고 있다. 어떤 멋들어진 서점의 여행코너에서 집어들어서 읽어봤다. 잠깐 후루룩 넘겨집는 느낌이었지만 그 도시에 조금 더 세세하게 다가가는 느낌이 좋았다. 구매는 안하고 나왔는데, 생각나서 돌아보니 그 책방은 망했다. 이렇게 코로나는 변화의 주범이 되었다. 절판되어 구매하기 어려운 책은 마치 갈 수 없는 여행지 마냥 달콤했다. 온라인 중고서점으로 저 멀리 진주에서 책이 이틀 만에 배송되었다.
여행가는 기분으로 책을 정독했다. 여행서는 아니기에 감안은 했으나, 그냥 가벼운 잡지다. 태생을 못 벗어나서 중간중간 “나우” 패션을 광고하는 글들이 너저분하게 숨어있다. 팬시한 이미지랑 가독성은 1도 고려하지 않은 편집디자이너의 넘치는 예술성으로 인해 글을 읽기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었다. 전반부는 그나마 읽어 볼만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상업적인 강요가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타이페이는 자유”라는 주제를 갖고 너무 맹목적으로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 조금 배신감을 느꼈다. 그렇게 힘들게 찾아낸 책이 이 모양이라니.
중고판매자가 채 뜯지 못한 가격 택이 붙어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붙인 가격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는 나에게 구매가의 2배로 책을 팔았다. 책이 반값이 되어 팔리고 원가가 되서 고객님께 돌아왔다. 이게 무슨 조화인지. 이렇게 뉴-노멀의 여행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