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여행의 이유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아무생각없이 집어든 산문이 밖으로 나가야만 할 것 같은 욕구를 부추긴다. 집에서 할일없이 따뜻한 방바닥에 눌러 앉아 책이나 읽으려 했더니 이건 뭔가 단단히 잘 못 되었다.

작가로서 바라보는 여행이란 이런 느낌이구나하면서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때로는 스트레오타입으로 정의내려버린 것 같은 작가 본인의 자아 성찰이 조금은 동의할 수 없어 의아해하면서도, 또 그것도 그 자신 나름대로의 여행이겠거니하고 나는 제3자의 입장으로 글들을 지나쳐버렸다. 좋은 작가의 글은 생각을 하게 하고, 자연스레 글을 쓰고 싶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여행이 뭔지 잠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경험하고 기록하고 기억하고 추억되는 각각의 여행은 서로 조금도 일치하지 않는다. 다만 어느 시점에 있어 일관된 관점으로 위치시키고자하는 개인의 욕구가 하나의 틀로 만들 뿐 사실상 일관성이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떠나고 여행을 추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불확실함에 대한 기대와 불안정을 추구하는 이해할 수 없는 기준이 삶이라는 거대한 여행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따뜻한 집과 안정된 직업, 익숙한 사람들과 무의식에서 발현되는 자연스런 모든 행동들이 순간적으로 증발해버린 알콜마냥 낯설어지는 환상을 꿈꾼다. 여행이란 나한테 그런것이다.

엉망진창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은 실패한 여행일지라도 작가는 에피소드를 글로 남기면 그것만으로도 이점이 있다고 했다. 나는 작가는 되지는 못할지언정 읽기는 한다. 그걸로 잘 소화하고 있으면 충분한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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