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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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상 수상집의 한 단편으로 수록된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주목받는 작가인 만큼 소설에 대한 기대가 대단했다. 단편소설의 제목이 참 길다. 절대 기억할 수 없게 나열된 수식어와 단어의 조합이 어쩔수 없이 차라리 작가이름을 기억하려하게 하는 고도의 수법인양, 나는 작품을 다시 찾기위해 분명하고 똑똑하게 작가이름을 되새길 수 밖에 없었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에서 엿보이는 작가의 위트에 나는 냉소가 잦았다. 실제인듯 허구인듯 경계를 의심하게하는 아슬아슬한 픽션은 재주있는 동물의 재롱에 눈여기게 되는 것처럼 나를 작가의 글에 계속해서 눈길이 가게 만들었다. 작가가 어떤 다른 얘기들로 독자들을 매료하고 문단의 주목을 끄는지 궁금했기에, 자연스레 나는 최근 발표한 첫 소설집으로 손이 갔다. 예상과는 반대로 소설집에 담긴 작품들에서는 그로테스크한 무거움이 엄습했다. 연애얘기로 흔히 들어본적한 혹은 익숙해지기 바라는 이상적인 경계에 조금도 도달하지 않는 작가의 행보에 당혹감이 일어 나는 못들은 척 범죄뉴스를 틀어놓은 티비마냥 그의 글줄을 부분적으로 무시했다. 
나이가 듦에 따라 만났던 사람들의 유형에 대해 어느정도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티끌에서 드러나는 그 사람의 습관이 한 사람을 분류하는 단서가 되어, 으레 나는 기억속의 누군가와 그 대상을 겹쳐 폴더 속으로 저장하였다. 그러고는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안에 담긴 안내서를 향해 사람을 대하고, 예측가능한 범위 내에서 타인을 기대하는 삶을 나는 살고 있다고 느낀다. 작가의 소설에 대해 해설자는 그가 대중과 마이너리티의 경계 가운데 타협하여 균형있게 공존하려는 장을 열었다 평가했다. (해설자의 평을 자세히는 읽지 않았다) 도통 내 기억속에는 없는 입체적인 인물들이 날뛰고 있어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 그 공존의 노력에서 엿보이는 독자의 자연스런 감상인걸까? 

누군가의 글을 읽고 스스로가 한 번 생각하고, 고민하며 그 생각을 글로 옮겨 적는 행위는 내가 소설을 읽으며 가장 즐겨 마다하지 않는 기쁨이다. 적어도 작가는 나의 기대에 대한 질문은 던져주었다. 본인 스스로 이 단편들은 독자들을 향한 가벼운 농담이었다는 겸손한 발언에 나는 아무래도 앞으로의 작품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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