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아파요.

아빠, 울지마세요
샐리 니콜스 지음, 지혜연 옮김, 김병호 그림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8년 1월

표지 속의 저 아이 샘..

11살 답지 않게 죽음을 맞아들이는 의연한 자세로 읽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울지 말라고 부탁하는 사람이 아빠만은 아닐거예요.

엄마, 여동생, 윌리스선생님, 할머니 등등 가족들 모두에게 아파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작년에 읽었던 정표이야기가 생각이 나더군요. 정표라는 그 아이, 백혈병에 걸려서 쓴 일기를 모아서 엄마가 펴낸 그 책...

그 책과 샘이야기는 흡사합니다.

하지만 샘의 이야기는 치료과정 중심의 이야기가 아니고, 삶을 정리하는 아이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두번의 재발을 거쳐서 이제는 더이상의 치료도 불가능한 샘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을 목록으로 만듭니다.

우리가 보기엔 그 또래 아이들이 흔히 가질 법한 소망들이랍니다.

공포영화를 본다든지, 유령을 보고 싶다든지, 다른 십대들처럼 술을 마시고 싶다든지 등등...

하나하나 해보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샘은 학교에 나가지 않고, 병을 앓고 있는 펠릭스라는 아이와 함께 집에서 홈스쿨을 하고 있는데요.

윌리스 선생님은 샘의 선생님이셨는데요. 죽음을 앞둔 아이들을 위해 성심껏 가르치고, 책을 만들어보라는 권유도 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더군요.

 

샘이 말한 그 말 때문에 가슴이 아려옵니다.

"살면서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것인지....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죽음으로 인해 이러한 것들을 깨달았다는 것이지요.

 

이 책에는 펠릭스라는 친구도 나옵니다. 샘에게 펠릭스는 아주 소중한 친구였습니다.

샘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고, 다른 십대들처럼 여자친구는 못사귀더라도 여자친구로부터 키스도 받게 해주고...

그러나 그렇게 좋은 친구였던 펠릭스는 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펠릭스가 생전에 이야기했던 말들을 기억하면서 샘은 펠릭스의 죽음과 그의 장례식 속에서 자신의 장례식은 이러이러했으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하지요.

 

원하는 것은 다 해달라고 떼를 쓰기도 하고, 엄마에게 곧 죽을 꺼니깐 잘 해달라고 하기도 하고, 샘은 투병생활이 지긋지긋합니다.

다들 슬퍼해도 좋지만 너무 많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소망을 담은 마지막 목록을 작성하고선 샘은 이 세상과 작별을 고하게 됩니다.

 

공익광고 중에 가슴에 구멍이 뚫리는 그러한 광고가 생각이 떠오릅니다.

샘의 죽음으로 남은 가족들은 아마도 그러한 심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파하는 샘에게 약상자를 못찾아서 집안의 상자는 다 쏟는 아빠의 모습 속이 떠올라 가슴이 아프네요.

 

샘은 11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죽음에 대해 담담합니다.

아마도 죽음이라는 존재가 아이를 성숙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죽음을 앞둔 가족이 해야 할 행동들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었던 책이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