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사실. 바로 2003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전해인 2002년에 문학동네소설상 본심에서 떨어졌다는 것. 어떤 평을 들으며 떨어졌을지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오늘, 오랜만에 모 헌책방에 들렀다가 2002년 문학동네 겨울호를 구하게 되어 찾아봤다.
우선 김윤식의 평
ㅡ 두 가지 점이 뚜렷했다. 소설적 존립 유형이 토종이라는 점이 그 하나. 다른 하나는, 풍속 유형이라는 점. 둘 다 소설이 지닌 발생사적 강점이라 할 것인데, 매우 딱하게도 이 두 가지 점이 그 나름의 본령을 발휘하기에는 각각 상당한 제약이 주어져 있어 보였다. 농경사회에서 비롯, 적어도 산업사회의 터전이 건재해야 한다는 조건이 그 하나인데, 이 터전이 무너져가는 오늘의 처지에서 보면 그 존립 기반의 빈약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어떤 대상, 가령 야구라든가 하는 직업적 특이성을 그릴 때 지독한 풍자라든가 유머, 요컨대 '지극한 가벼움'을 지향한다 해도 거기엔 산업사회를 지탱했던 철학이 깃들여야 하지 않을까. 이런 점을 염두에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다가왔다.
김화영의 평은 없다.
마지막으로 오정희의 평.
ㅡ 한국프로야구의 원년으로 기록되는 1982년 창단되어 1985년에 해체된, 프로야구팀 삼미슈퍼스타즈와 같이한 개인의 역사를 그리고 있는 이채로운 소설이다. '삼미슈퍼스타즈'라는 비운의 야구팀이 그 야구팀의 어린이 회원이었던 한 사람의 인격과 정서, 인생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가 이십 년의 시간에 걸쳐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기록 혹은 고백을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 강하고 빠르고 쉴새없고 비정한 프로의 세계에 대비되는 유희성의 회복, 진정한 아마추어로서 아름다운 야구의 복원은 곧 본질적 인생의 복원이라는 - 전언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십 년의 세월을 소설적 전략이나 계산 없이 펼쳐 보이는 데서 생기는 장황함과 시시콜콜함이 지루하게 이어져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야구에 비유하여 펼쳐지는 사유는 자유롭고 재기가 번득이나 산만한 게 큰 흠이 되었다.
그리고 다음은 이 소설에 대한 한겨레 문학상 심사위원들의 심사평. (책 소개 코너에서 스크랩했다.)
현대 젊은 세대의 경쾌하면서도 치열한 삶의 자세를 스포츠 열기로 상징화한 감각성이 돋보였다. 실재했던 삼미 슈퍼스타즈 야구팀을 매개로 한 등장 인물들의 운명의 부침은 곧 현대인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삶의 실체이기도 하다. 특히 감각적인 문체와 스포츠를 통한 인생론이 탁월하다. - 임헌영(문학평론가)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처음에는 응모작 가운데서 눈에 잘 띄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러나 일단 잡게 되면 단숨에 읽어치우게 되는 재미와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심사위원들 사이에 '가벼움'이 잠깐 문제로 떠올랐지만 그 가벼움은 이 소설의 주제이기도 했다. '하잘것없는 인생'에 대한 서술이면서도 팬클럽 결성과 야구 시합의 결미 부분에 가서 전망은 경쾌하게 열리고 있다. 임시직 노동자, 청년 실업자, 신용 불량자가 수백만씩 되는 무한 경쟁 사회에서 이 소설은 개그 같은 말 솜씨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 황석영(소설가)
자본주의 세계권력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식은 결코 가벼운 주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 소설이 가볍고 재미있게 읽히는 것은, 소설을 드는 순간, 다양한 문화적 코드와 유니크한 어조를 기반으로 한 문장의 강렬한 힘에 의해 우리가 '박민규식 에스컬레이터'에 자연스럽게 태워지기 때문이다.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을 자유자재 섞어 향기로운 이야기로 빚어낼 수 있는 신인 작가를 만나는 일은 분명히 우리 소설 작단의 축복이자 희망이다. - 박범신(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