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탄
나카가미 겐지 지음, 허호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09.05.22]


 나카가미 겐지가 쓰고 허호가 옮겨 문학동네에서 나온 <고목탄>을 읽었다. 이 소설에는 단숨에 읽어내려갈 만한 흡인력은 찾아볼려야 찾아볼 수 없지만, 도저히 중간에 놓지 못하도록 만드는 뜨거움만은 가득하다. 소설 전반에 걸쳐, 그것은 마치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건 주인공인 아키유키 속에서 묵히고 삭힌 친아버지에 대한 분노일 수도 있겠고, 기어이 어떤 사건이 터지고야 말 것이라는 데 대한 은은한 암시일 수도 있겠다. "거미줄처럼 죄어오는 뒤틀린 피의 계보"라는 책 뒤표지 카피처럼, 초반엔 등장인물 간의 관계가 조금 복잡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뿌리 깊은 곳에까지 자리하고 있는 유교 문화적 관점에서 그것은 좀 충격적일지도.) 그러나 책 서두에 잘 정리해둔 가계도를 참고해가면서 보다 보면 어느새 캐릭터들이 각자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학평론가 에토 준은 이 소설에 대해 "일본의 자연주의 문학은 70년 만에 드디어 그 이상을 실현했다"는 표현을 썼다. 번역자인 허호는 "이 작품이야말로 일본 문학의 최고 걸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고 말했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나는 이들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덧붙이자면, 20세기 일본 사소설과 19세기 근대소설을 한데 묶어 가장 높은 봉우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버린 그런 소설이 아닌가 싶다. 이런 소설을 읽고 있으면 내 편협한 취향 따위는 좀 우스워진다. 그냥 압도되어버린다. (단평이라기보다는 이건 뭐 그냥 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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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9-05-27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극찬이라면 얼른 보관함에. :)

닉네임을뭐라하지 2009-06-01 12:12   좋아요 0 | URL
더군다나 언제 절판될지 모를 책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