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컬러링 - 마음이 설레는 한 끼
고영리 글, 허이삭 그림 / 꿈꾸는별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맛있는 한 끼’의 행복,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설레지 않나요?
눈앞에 펼쳐진 다양한 음식에 내 맘대로 컬러를 입히며
상상으로 가득한 요리의 세계로 떠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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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트렌드 중 하나는 과거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어른들까지 즐길 수 있도록 그 입지를 확장시키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일명 키덜트 문화, 컬러링도 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이 좋아서 컬러링이지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색칠공부 아닌가. 물론 어렸을 때 즐겼던 것보다는 난도가 높아졌겠지만,  솔직히 겉보기에는 어떤 이유에서 현대인들이 컬러링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건지 제대로 감이 오질 않았다. 과연 컬러링에는 어떤 매력이 숨어 있는 것일까. 때마침 카페에서 진행하는 이벤트 중에 컬러링북이 있어서 바로 신청했고, 운 좋게 당첨까지 되었다. 제목도 멋지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컬러링. '세상에서 제일'이라는 수식어는 어느 누구에게나 큰 인상을 심어준다. 그건 바로 최고라는 이야기니까.


  당첨되고 이틀 정도 뒤에 책이 도착했다. 이럴 때 난 세상이 참 빠르게 돌아간다는 걸 느낀다. 자주색 포장지에 깔끔하게 담겨 있는 책 한권이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나는 생일선물을 일찍 받은 아이처럼 들떠했다. 책 크기는 생각보다 컸다. 가로, 세로 25cm! 색칠을 해야하는 책이기에 면적이 넓은 것이 확실히 편할 것 같긴 하다. 색칠 할 수 있는 그림은 총 40장! 각각 세계의 다양한 음식들을 담아놔서 보는 것만으로 즐거워진다. 더불어 허기질 수가 있기 때문에 공복에 색칠하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총 40장의 그림 중 어떤 것을 먼저 색칠할까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일단 난이도가 너무 높으면 안 될 것 같았고, 계절에 맞는 음식을 칠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렇게 해서 내가 선택한 요리는 바로 굴라쉬다! 헝가리식 스튜로, ​포만감도 가득, 온기도 가득 느낄 수 있으니 겨울에 먹기엔 딱 좋은 음식이 아닐까. 몇년 전 헝가리에서 먹었던 굴라쉬를 추억하며 사진도 찾아봤다. 생각해보면 헝가리 음식은 대체적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가장 중요한 거다. 가격!






  본론으로 돌아와서 책을 펼치면 오른쪽 페이지는 음식에 대한 짤막한 소개와 색칠한 예시가 있고, 그 옆페이지에는 똑같은 그림이 큼지막하게 밑그림만 그려져 있다. 그러니까 나는 저 큼지막한 밑그림에 맞춰서 색을 칠하기만 하면 된다. 처음에 내가 선택한 도구는 파스텔이었다. 이유는 가장 찾기 좋게 내 책상 바로 윗서랍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색칠하면서 알게됐다. 파스텔이 칠하기 어렵다는 것을. 엄청 많이 번지고, 좀만 칠해도 손이 미대생 부럽지 않게 되버린다. 색감도 진하게 나지 않기 때문에 이걸로 하다간 오늘 내에 끝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덜컥 들었다. 파스텔로 대략 한시간 정도 칠했는데 반에 반도 못 채운 것을 보고는 파스텔을 도로 집어 놓고 창고에 있는 리빙박스에서 색연필을 꺼내왔다. 결론은 색연필이 짱이다.






  파스텔로 뻘짓 하다가 살짝 위기가 찾아왔으나 색연필로 무사히 성공했다. 잘했고, 못했고를 떠나서 다 끝내고 나니까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색칠만 하면 좀 심심해서 영화를 보면서 칠했었는데, 굴라쉬 하나 칠하는데 영화를 두 편이나 봤다. 하나는 스위니 토드》이고, 다른 하나는 이야기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영화다. 시간이 길어진 이유 중 하나는 파스텔이라는 도구 때문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화를 보다가 칠하고, 보다가 칠하고를 반복해서 그런 것 같다. 맘 잡고 제대로 칠하면 한 음식을 완성하는데 2시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다.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면 진짜 음식을 만들 수도 있겠다 싶었다.


  책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그림도 예쁘고 아기자기하다. 색칠해야 할 공간도 너무 크지 않고, 아쉬울만큼 작지도 않은 딱 적당한 크기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책 제본에 있어서는 살짝 감점의 요소가 있다. 책이 쫙 펴지지가 않기 때문에 책이 접히는 사이는 색을 칠할 수가 없다. 밑그림은 그 안쪽까지 다 그려져 있는데, 색을 칠할 수가 없으니 뭔가 미완성된 느낌이 난다고나 할까. 아예 스프링 제본으로 해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예시로 색칠된 그림이 차라리 사진이었으면 훨씬 맛깔나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컬러링북을 처음 접해본 소감은 생각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다는 것이었다. 뭔가 어렸을 때로 돌아간 느낌도 나고, 여기엔 어떤 색을 칠할까 고민하며 색연필을 고르는 것도, 전체적인 조화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것도 끝을 향하는 과정이라기보단 그 자체로 즐겁고 매력적인 일이었다. 마치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사이에 놓인 징검다리 위를 조심조심 걷는 듯한 기분이랄까. 신기한 것은 컬러링북을 칠하면서 빨리 완성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진 않았다는 거다.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저절로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아마 이러한 매력 때문에 사람들이 컬러링북을 찾는 게 아닐까 싶었다. 바쁜 일상에선 이런 여유를 느끼는 것이 어려울테니까. 여러분도 언젠가 한번쯤 컬러링북을 통해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보길 바란다. 어쩌면 그것이 그동안 잊고 살았던 무언가를 일깨워주는 계기를 제공할지도 모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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