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9단 서울맛집 유랑 - 한 끼 밥과 한잔 술이 주는 소소한 행복
이영승 글 사진 / 올(사피엔스21)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식도락 블로거 주식9단이 추천하는 서울 맛집 175곳
김치찌개부터 다국적 요리까지 35가지 섹션별 맛집 베스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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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식재료가 요리사에 손을 거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되고, 새롭게 태어난다. 그야말로 한편의 대서사시와 같다. 그리고 그 대서사시가 내 입 속에서 펼쳐진다고 생각해보자. 상상만해도 정말 즐거운 일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미각에 대해서 정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새로운 맛을 느끼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니까. 미각을 통해 퍼지는 새로운 맛의 감각은 시각을 통해 새로운 것을 보는 감각보다 더 빨리 퍼진다. 아마도 직접 살에 닿아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이다. 내가 매일 똑같은 길은 걷는 것이 아닌 매번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미래에 대해서 아득함과 아찔함이 느끼게 되는 것, 내가 그렇기에 살아있다고 존재한다고 인식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은 새로운 맛을 느끼는 것에도 충분히 녹아있다. 그래서 내 결론은 이렇다. 이 세상에 셀 수 없이 많은 음식이 있는데, 그것들을 맛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굉장히 손해보는 것이 아닐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요리책을 보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물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종종 네이버 키친에 들어가거나 블로그를 통해서 다양한 요리법의 세계에 빠져든다. 셀 수 없이 다양한 요리법에 나는 매번 감탄한다. 이렇게 다양한 맛이 존재하다니. 그리고 이렇게 꾸준히 느끼는 내 자신에게 질리지 않느냐고 묻곤 한다. 내가 요리책을 자주 보기 시작 한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이다. 우선 그 시기에 우리 어머니는 한식 조리사 자격증과 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공부하고 계셨고, 그래서 요리책이 한두권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일단 사촌 언니네 집에 정말 요리책이 많았었다. 요리대백과 비슷하게 손바닥 만한 크기의 스프링으로 되어있는 책자들이 100권 정도 있었고, 제과·제빵에 관한 요리책도 몇개 더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촌 언니네 갈때마다 요리책에 빠져들었다. 요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보는 것이 아닌, 요리 사진을 보는 것이 그렇게 재미가 있을 수가 없었다.

 

  이 책도 나한테 정말 재미가 있었다. 우선 이 책속에는 정말 다양한 음식들의 맛집을 소개하고 있다. 김치찌개, 스시, 중화요리, 설렁탕, 곰탕, 스테이크, 만두, 생선찌개, 우동, 소바, 라멘, 햄버거, 샌드위치, 양곱창, 된장, 청국장, 홍어, 민어, 해장국, 경양식, 꼬치구이, 냉면, 생선회, 피자, 파스타, 족발, 보쌈, 샤브샤브, 돼지고기, 칼국수, 복, 아귀, 낙지, 오징어, 주꾸미, 쇠고기, 부대찌개, 순대국, 감자탕, 요리주점, 떡볶이, 김밥, 튀김, 전, 프렌치 요리, 장어, 추어, 닭고기, 기타 해물, 다국적 요리. 뿐만아니라 몇가지 음식에 관한 레시피, 그리고 저자가 음식에 관해서 적은 정보나 기억, 혹은 추억, 이야기. 이렇게 저자의 소소한 음식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에게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보다 더욱 그 맛에 대해 빠져들었다. 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침을 꼴딱꼴딱 삼키며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었다. 미각을 시각으로 대체할 순 없지만, 그나마 내가 이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 위안이 됐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다니고 먹어본 서울의 음식점 중 175곳을 선정하여 35가지 섹션으로 분류하여 최고의 맛집 베스트 5를 선정해 소개한다. 각 맛집의 메뉴와 가격, 전화번호, 위치까지 적혀있지만 하나 아쉬운 것은 지역별로 맛집을 찾아볼 수 있는 색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의 각 구의 지도에 책 속에 맛집 위치를 표시한 맛집 지도가 있었으면 훨씬 책에 있는 맛집을 찾아가기 쉬웠을 것 같다. 물론 계획을 세우기도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서울 맛집 탐방 계획 같은 것 말이다. 예를 들어, 점심은 이 곳에서, 저녁은 저 곳에서, 그리고 그 근처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런 종류의 계획 말이다. 그래도 각 맛집에 대한 저자의 상세한 소개는 그야말로 친절 그 자체이다. 추천 메뉴나 조리법, 분위기, 맛에 대한 표현, 역사, 손님의 반응까지 아주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읽는 것도 재밌지만, 맛집에 대해서 미리 파악하기 용이할 것 같다.

 

  내가 가본 책에 소개된 맛집은 일단 '어떤 것이 가장 맛있을까'로 꼽은 것이 아닌, '어디가 제일 내 행동 반경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할까'였다. 그래서 내가 찾아간 곳은 바로 섹션 29 떡볶이, 김밥편에 있는 신이내린떡볶이 였다. 동작구 노량진도 118-17에 위치해 있는 이 곳은 간판 그대로 떡볶이를 파는 맛집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이른 시간에 찾아가서 어느정도 한적한 분위기에서 여유롭게 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에서 서술된 것처럼 재미있는 이벤트도 많이 하고 있었다. 밖에 붙어있는 이벤트 말고도 안으로 들어가면 커플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격은 책에 써진 가격보다 400원 더 오른 2,900원. 나는 치즈 떡볶이를 먹기로 했다. 그리고 매운 것은 잘 못 먹기 때문에 그냥 보통 맛으로 주문했다. 한 5분? 그 정도 뒤에 요리가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고소한 치즈냄새와 함께 붉은 색 떡볶이 소스, 그리고 그 속에 버무려진 오뎅과 하얀 떡. 겉보기에는 여느 떡볶이와 다를 바 없고, 오히려 조금 더 간소한 느낌이 들었지만 한 입을 딱 베어 문 순간, 그 떡볶이 소스의 맛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래서 맛집이구나. 정말 맛있었다. 일단 소스가 보통 떡볶이 소스보다 진하고 깊은 맛이 있다. 구수하기도 하고, 감칠 맛이 있다고 해야할까? 그 소스의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진짜 웬만한 분식집의 소스와는 차원이 달랐따다. 그리고 밀떡이라서 소스도 안까지 잘 베어 들어서 좋았다. 나는 그래서 떡볶이에는 쌀떡보다 밀떡이 더 좋다. 보통 맛이라서 그런지 너무 맵지도 않고, 살짝 매콤하기만 해서, 아주 입에 착착 감겼다. 떡과 오뎅을 다 먹고, 소스를 두고 가는 것이 못내 아쉬웠었다. 밥이라도 비벼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다음 약속이 바로 있어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다음 번에는 사리도 추가하고, 마음껏 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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