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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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의 발전이 속도가 아니라 넓이이길, 멀리가기 보다 깊이보기를.

천개의 단어가 입력된  교육용 소프트웨어칩이 기수(騎手)용 휴머노이드에 잘못 이식된 채 생산된 C-27(콜리)은  경주마 투데이의 기수다. 연골이 닳아 더이상 뛸 수 없게 되어 폐사가 예정된 경주마 투데이에게  제 2의 생을 주기 위해  바이러스로 인해 하반신 마비 상태인  은혜와 로봇분야에 재능이 있는 연재,  마사관리자 민주, 수의사 복희와 기자 서진, 편의점 사장이 제 나름의 최선을 다한다. 사고로 배우의 꿈을 접고, 남편을 잃은 보경의 털어내지못한 슬픔과 과 두 딸에 대한 부채감도, 세상의 변화 속도에 발맞출 수 없어서 집안에 멈춰버린 두 자매도 경주마 투데이가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하듯 자신의 길에 천천히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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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했다. 경마장에서는 빠른 말이 1등을 하지만 느리게 달린다고 경기 도중 주로에서 퇴출당하지는 않으므로, 애초에 천천히 달리는 것이 규정에 어긋나지는 않아으므로. 우리는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P.349
경주마의 존재가치는 빨리 다리는 것이다. 달리는 것 밖에 모르는 경주마가 자신의 연골이 닳아서 더이상 뛸 수 없게 되었을때 만나게 될 마지막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인간의 삶과 무엇이 다른가. 확률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겪은 보경, 모두가 누린다 여겨지는 모든것에 그렇지 못했던 은혜와 연재가 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더 빠르게 밀려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빠르게 달리는 것 밖에 배운 적 없는 사람들에게 천천히 달리는 것이 제 2의 생의 주기를 시작하게 될 현 인류가 해야할 일이라 말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다정하고 따뜻하다. 특히 『문명이 계단을 없앨 수 없다면 계단을 오르는 바퀴를 만들면 되잖아요. 기술은 그러기 위해 발전하는 거니까요. 나약한 자를 보조하는 게 아니라, 이미 강한 사람들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해요.』는 구절은 기술의 발전이 속도가 아니라 넓이이길, 기술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가 인간에게서 먼 곳이 아니라 인간의 깊은 곳이길 소망하게 한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오면 기술의 발전이 나약한 자를 보조하는 수준도 되지 못하고 나약한 자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인간의 이기심을 피할 재간이 없다는 게 슬플 뿐이다.

책을 닫은 후 콜리가 스스로 낙마하던 길고 긴 3초동안 입력되어있던 천개의 단어 중 어떤 단어를 생각했을지 가늠했다. 좌절이나 시련, 슬픔, 그리움, 따뜻함, 서글픔 같은 모든 단어가 모두 파랑파랑했다면, 세상의 모든 것에 파랑이란 이름을 달아줄 수 있는 하늘이 되고 싶지는 않았을까. 검은 두 구멍으로 보이던 하늘에서 가장 멀리 떨어지는 그 3초동안 날고 싶다는 짧은 꿈을 꾸진 않았을까. 휴머노이드에게도 다음 생이 있다면 꼭 하늘에 가닿아 콜리의 시선으로 묘사한 천개의 파랑이 어떨지 상상해 볼 뿐이다.

​​덧1)

17' 에셔의 손(김백상), 18' 관내분실(김초엽), 19' 기파(박해울) 에 이어 20' 천개의 파랑(천선란)까지 과학문학상 작품은 챙겨 읽는편이다. 그 사이 테드창의 17년만의 단편집이 나왔다. 2018년에 나온 테드창의 작품이 기폭제가 된 듯 2019년은 한국 SF문학의 7월같았다. 다양하고 무성하고 짙어졌다. 특히 단편이 아닌 장편에서 한결같은 호흡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되는 작품이 나왔다는 건 괄목할만한 일이고 독자로서 SF가 한 단계 올라가는 걸 지켜보는 일은 한국 문학의 역사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듯한 기쁨이다. 더 많은 작가님들이, 더 좋은 작품들로  오래 오래 함께하길. (테드창의 단편 중 나의 최애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가 여러 작가님들의 여러 작품에서 언급되는 것은 보너스의 행복)

덧2)승마를 배울때 말의 눈을 들여다보며 동물과의 교감이라는게 무언지 처음 알았다. 갈기를 솔질해주고 콧잔등을 쓸어주면 동물의 눈빛이 언어를 담아 내게 닿는다는걸 알았다. 고개를 쳐들었다가도 손을 올리면 고개를 숙여 내 손바닥에 콧등을 비빈다. 하지만 책임지지 못하는 애정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것인지도 배운 덕에 이후 어떤 반려동물도 키운 적이 없다. 오래 전 그 눈동자가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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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말을 타고 달리는 경기를 해요? 재미있으니까. 누가요?말이요? 아니,인간이. 인간이 재미있는데 왜 말이 달리나요? 그럼 인간이 달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P.23

- 지독히도 인간중심적인 이 행성에서 동물들은 변화의 희생양일 뿐이다. 보호받지 못하면 살 수 없도록 만들어놓고 이제와서 자유를 주다니. 복희는 그것 역시도 착해직자 하는 인간의 이기심이라 여겼다. P.157

- 그리움이 어떤 건지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기억을 하나씩 포기하는 거야. 문득문득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래서 마음에 가지고 있는 덩어리를 하나씩 떼어내는 거지. 다 사라질 때 까지. P204

- 인간의 눈이란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어도 각자가 다른 것을 볼 수 있었다. 함께 있지만 시간이 같이 흐르지 않으며 같은 곳을 보지만 서로 다른 것을 기억하고, 말하지 않으면 속마음을 알 수 없다. 때때로 생각과 말을 다르게 할 수도 있었다. 이따금씩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마음을 알아차렸고 다른 것을 보고있어도 같은 방향을 향해 있었으며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것처럼 시간이 맞았다. 삶 자체가 연속되는 퀴즈처럼 느껴졌다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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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무얼 부르지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4
박솔뫼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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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우리가 문장과 겹쳐지지 못하더라도.

스토리가 좋아서, 등장인물이 매력적이어서, 갈등해결방식이 마음에 들어서, 혹은 문장이 마음에 들어서. 다양한 이유로 소설을 읽지만 이 책은 좋은 이유를 모른 채  계속 궁금해하고 휩쓸리다 영문을 모른 채 끝난다.  당황스러운 첫 대면만큼 마지막까지 당황스러운 책. 그럼에도 박솔뫼작가만의 고유한 문장 질감은 독보적이다. 일곱개의 단편, 약200페이지의 구성인데, 몃 작품은 연작인 듯 한 느낌은 받고 (『해만, 『해만의 지도)   몃 작품은 배경을 공유하면서도 연작이 아닌것 만 같다 (『안 해』- 『그때 내가 뭐라고 했냐면』) 현대사의 역사적 사건에 겹쳐지지 않는 사람들이 가진 거리감을 건조하게 묘사한 『그럼 무얼 부르지』, 욕망의 상실과 획득의 양가감이 돋보였던 『차가운 혀』 안나와 함께 간 영화관의 곰과 나비와 테이블의 이야기 『안나의 테이블』  모두 현실과 환상의 경계선에서 양쪽을 오가며 대립의 상징물이 등장한다.  본 작품이 200페이지인데, 해설이 50페이지인데는 그만한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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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혀』

『차가운 혀』 의 주인공은 바의 주방과 서빙을 하는 아르바이트생이다. 사과와 오렌지와 자신을 하나의 점처럼 여기고 삼각형이라는 안정공간을 욕망한다. 그것이 사과와 오렌지가 아닐지라도 주인공이 원하는 안정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선 최소한 3개의 점이 필요하고  세 대상이 누나였다가 본드였다가  현재 그 상태이기도 하다. 안정상태라고 여겼으나 누나는 사장이 말한 런던이라는 공간에 가길 욕망하고 삼각형에서 이탈하지만 나와 사과와 오렌지의 삼각형 말고는 가져본적이 없기때문에 욕망할 의지마저 상실한다. 외부자극으로 인해 깨진 삼각형은 주인공과 누나른 대립의 상징물로 만든다.  비정형적 의지와 욕망의 상실이 평면의 점. 선, 면, 대칭과 같이 직선적이고 단순한 이미지로 재조합 되어 그려졌다.



『안 해』 - 『그때 내가 뭐라고 했냐면』

이 두 작품은 구름새 노래방의 검은옷 사장이 열심히 노래하지 않는 사람들을 감금해 열심히 노래를 부르게 한다는 비슷한 설정에 놓인 작품들이다. 납치범과 피해자가 생각하는 열심의 의미가 대립하여 생기는 그로테스크함은 앨런포의 글을 읽는 듯 한 섬뜩함을 준다. 자신의 욕망을 상대에게 투영할 때 발생하는 강압과 폭력과 강제성이 검은옷, 막힌공간, 폭력, 감금의 상황에 덧입혀져 활자가 된 덕에 읽는 내내 좁은 공간에 처박혀 운신의 자유가 박탈당한 채 강압적인 상황이 되었으리란 공포가 전달되서 힘들었다. 특히 그때 내가 뭐라고 했냐면 의 경우 좀 더 힘들었고 혹시라도 트라우마가 있는 분들이라면 안 읽으셔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만』 - 『해만의 지도』

가상의 공간 해만을 배경하는 두개의 작품.  살인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찾아간 해만의 기억은 각자가 그린 부정확한 기억으로 그려낸 지도만큼이나 살인자의 존재를 흐릿하게 만들기도 하고 모두를 저편으로 사라지게 하고 결국 텅 비어버린 자신만 선명해졌다. 살인자의 여동생이 자처하는 인물로 인해 진실의 공간에서 거짓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사람과 사건과 시간과 기억이 모두 부유하는 듯 한 작품.

​자기독백형식의 문장의 나열들로 서술과 생각이 분리되지 않고 연결된다. 감정상태의 묘사가 러프하고 현실과 환상의 무경계성, 대립상징물들의 등장이 형이상학적인  보들레르의 글이 연상되기도 했다. 그래서 작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내 나름대로 해석해 읽어가는 집중도가 필요한 책이기도 했다. 차르르 철걱대는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를 배경삼아 음소거상태의 영화를 볼 때 인물의 입 모양으로 그들의 감정과 대화와 줄거리를 이해해야하듯, 노이즈 많은 화면을 눈을 가늘게 뜨고 머릿속에 그려가듯이.  그러니까 우리가 문장에 겹쳐질 수 없더라도 그 문장이 없던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 문장으로 색이 입혀지는 것이다.


덧))  읽는 동안 몸살이 났다. 책 때문은 아닌데 컨디션이 책 읽는데 영향을 끼쳤는지 날카롭게 받아들이는 나를 보고 흠칫 놀랐다. 네시간 간격으로 해열진통제를 털어먹었고 네시간 간격으로 사람이 부드러워질때 나눠 읽었다. 아직 컨디션이 잘 돌아오지 않는 걸 봐선 당분간 식이조절을 멈추고 일반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핑계기도 하고 진짜기도 하고. 겸사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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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이 부른다 - 해양과학자의 남극 해저 탐사기
박숭현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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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해저연구를 위해 떠난 해양과학자의 탐사일지

나는 과학분야를 잘 모른다. 물화생지 중 물리와 지구과학은 거의 백지와 다름없다. (그렇다고 화학과 생물은 뭐가 좀 남았느냐. 그것도 아닙니다만) 타고나길 밖으로 눈을 돌리기 보다는 안으로 파고든 덕에 작은 것에 더 관심을 두었다. 세포나 입자들. 작은 것들 입장으로 보자면 인간은 하나의 거대한 소우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초라하고 별것 아닌데 작은 것들에겐 내가 우주이자 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 착하게 까진 아니더라도 정갈하고 반듯하게 뻘짓(?)하지 말고 살아야지 하며 나를 단도리하게 된다. (반대로 우주와 바다를 생각하면 나같은 우주먼지 하나 정도는 막 살아도 별 탈 없겠거니 고삐가 풀어지는 역효과가 있음)​
저자는 나와 반대인 타입인가보다. 앨런 포의 유령선(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스티븐슨의 보물섬을 좋아하셨다고.
현재는 해양과학기술원으로 이름이 바뀐 한국 해양 연구소에서 망간단괴 부존량과 환경평가를 위해 온누리호를 타고 탐사를 떠난 것으로 저자의 실제 해양탐사가 시작됐다.  활자가 현실로 다가왔을 이 탐사가 얼마나 감동이었을까. 이 탐사로 해양학에 관심을 두고 중앙 해령에 관심을 두었다한다. 2부에선 남극 중앙 해령 탐사를 위해 40일간 지구를 한바퀴 돌며 선상에서 겪은 일들과 경유한 도시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3부에선 다른 나라의 연구가들과 함께 했던 남극 탐사기를 중심으로 각 나라의 문화교류가 담겨서 난해한 이론중심의 소화하기 어려운 책은 아니었다.
제목은 남극이 부른다 이고 부제가 해양 과학자의 남극 해저 탐사기인데, 대부분은 '남극'도 아니고 '해저'도 아니다. 남극 뿐 아니라 모든 해양을 아울렀고, 바닷 속 뿐 아니라 땅 위 도시 에피소드가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1/3지점까지 남극엔 언제 도달하는가 내심 내적고민을 적립하고, 연구내용을 읽고싶은데 각 나라 연구가들과의 교류가 더 많은 것 같고, 바닷 속 생태계에 집중하다가 땅 위의 이야기로 전개되면서 표지를 다시 보게된다. 정말 남극 이야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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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있어 남극은 탐험이나 연구 대상이라기 보다는 일을 해 나가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조건에 가깝다. 중앙해령에 대한 탐사와 연구를 통해 지구의 맨틀, 더 나아가 지구의 진화를 이해햐는 것이기 때문에 남극이라는 특수한 지역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p.158
​- 자구과학이란 학문은 이과와 문과 어느쪽으로 분류될까. 지구과학의 탐구 대상인 지구는 자연환경이기도 하지만 인간 삶의 조건이기도 하다. 이 둘을 분리할 수 있을까? 지구과학의 문제를 천착하면 인간을 만나게 되고, 인간의 삶에 천착하면 결국 지구와 만나게 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 해양탐사의 핵심이 과학적 탐사 그 자체라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탐사가 전부인 것은 아니다. 배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다양한 대화와 교류가 생활의 활력소가 될 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기도 한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 서로를 이해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P.264
 위의 문장 세개에서 이유를 찾았다. 남극의 연구는 그가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연구의 일부분이고 그의 연구는 인간의 삶과 지구 전체에 맞닿았으며 인간의 교류형태 중 하나가 탐사라고 생각을 바꾸니 이 책의 구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이 책을 여행기에 담은 탐사일지라고 정리했다.

* 마지막단원은 고등학교 교과서 느낌 납니다.
* 이 책은 제가 일기 전에 이미 중3, 고1 학생들이 먼저 읽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집콕하는 학생들 불쌍해서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책이나 보라고 몃권씩 빌려줘요 다 보면 실내화가방에 담아서 집 앞에 놓고 갑니다. 착한 흑염룡들 ) 그 학생들의 평- 해양과학자의 40일간의 세계일주기록
*(T.M.I)  해양과 저의 연결고리는 초등학교 해양소년단과 바닷가 물놀이, 선박해양학과 선배가 전부입니다. 와.. 지금 생각하니까 우주소년단도 했었네요. 바다랑 우주 무서워하면서 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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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티처 - 제2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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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살아남았습니까​

 

 

작가의 말 '이 소설은 살아남았다' 는 문장을 곱씹으며 '살아남는다'를 생각했다.

살아남음이 생명이 붙어있는 상태만을 의미하진 않을것이다. 그렇다면 살아남은 상태는 어떤 상태일까. 겉과 속이 처음과 같은 상태? 겉과 속 중 하나, 혹은 둘 다 흉터가 남은 상태? 겉과 속 어느쪽도 온전하지 않게 목숨만 붙어있는 상태? 아니면 처음과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 상태?? 정확히 어떤 상태의 살아남음일까. 그러면 이 책 안의 인물들은  무엇으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어떤 상태로 살아남았을까. 
-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이야기이다. 봄학기엔 김선이가, 여름학기에는 미주가, 가을학기엔 가은이 겨울학기엔 한희가 살아남고 사라지는 이야기를 한다.교육을 사업으로 여기는 어학당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한국어를 배우러 온 학생들과 부대끼면서 편견과 차별의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되고, 옳고 그름과 맞고 틀림의 차이에서 헤메고, 불확실한 미래를 고정시키기 위해 원치 않은 일을 자처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이 모든 을 병 정들은 너무 거대해서 실체가 모호한 갑이 무엇인지 알기를 미뤘다. 살아남으려고 갑이 지워진 상태로 을병정이 서로 경계하고 싸우는 모습이라니.  장강명의 산 자들이 겹쳐진다.
 『'갑'과 '을'이 아니라 '을' '병' '정'의 안개속 길찾기. 을병정 셋이 서로 상대적 갑과 을 역할극을 하고 있을뿐 진짜 절대 갑은 우리와 같은 여기 있는게 아니라 어디선가 내려다보며 우리를 말로 삼아 판을 굴린다.』

장강명의 산 자들 독후감에 (내가) 썼던 문장을 가져왔다. 상대적 갑, 상대적 을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후엔 다시 누구와 어떻게 싸워야하는걸까. 계속 싸우는것이 이 삶의 전부인가? 하나의 전투가 끝난후 다시 전투 전투 전투. 사는 동안 이 전투가 끝나지 않는다면 어디서 위안을 받아야하는가 고민했다. 마지막 작가의 말 중 버티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셨지만 읽는 내내 위안보다는 체념이 더 컸다.

 

- '살아남았다' 는 과거와 현재지 미래가 아니다. 그럼에도 미래에 반드시 그러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나아가는 언어다. 과거와 현재에 멈춰서 의지는 미래에 있는 단어. 이렇게 삶은 의지를 가졌을때 시제를 아득히 넘어서지만  확신은 없어서 살아남을것인가 에 답할 수 없다. 이 살아남음의 불확실성에 무엇으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어떤 상태로 살아남았을때 살아남았다 할 수 있는지 묻고싶지만 확실한 답은 그 누구도 듣지 못할것이다. 삶은 한국어의 시제처럼 의지양태와 추측양태 사이에서 헤메는 일이고, 수많은 이유문법처럼 원인과 결과를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살아남았다' 의 원형을 생각한다. 살다. 삶. 원형의 의미. 내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의지와 추측을 오가며 살아남고 살아지고 살아간다는 것의 차이를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을것이다.

살아남지 못해 공백이 된 사람들을 잊으려 노력하면서.

- 비슷한 감정을 느낀 책이 있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 너무 많은게 한꺼번에 쏟아져서 어디서부터 엉킨걸 풀어야하나 막막한 느낌 + 어쩔 수 없는 현실수긍과 체념 뒤로  현실에서 맨날 하는 고민을 여기서도 해야하나 싶은 짜증. 반대로 일의 기쁨과 슬픔, 산 자 들 좋아하셨으면 이 책도 재밌게 읽으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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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 가장 작고 사소한 도구지만 가장 넓은 세계를 만들어낸 페트로스키 선집
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홍성림 옮김 / 서해문집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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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모든 연필유저에게 사랑을 담아>>>>>

알라딘 펀딩 양장본입니다.

반양장보다 훨씬. 어마무지하게 예쁘다는 말을 쓰고 싶었어요.

더불어 절판이던 책이 다시 살아나 기쁘구요.

 

◆​ 이 책은 필기구의 시작부터 연필의 발명, 연필의 발전과정에 등장하는 인물, 마케팅, 연필 재료의 변화와 시대에 따른 연필 쓰임의 변화를 담았습니다. 역사적 기록이 담기기도 하고 사건사고들도 다뤘어요. 특히 연필의 큰 재료- 나무와 흑연- 두가지 측면으로 나눠 다양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므로 지루하지도 어렵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문구, 그중에서도 연필에 관한 책 중 가장 자세하고 방대한 한 권의 책이라고 소개하겠습니다. 연필을 좋아한다면, 연필이 등장하는 기억이 하나쯤 있다면, 지금 연필을 잡고 계신다면, 이 책으로 당신의 연필들에게 감사를 전하시길.
+)데이비드 소로가 측량가인건 몰랐네요? 와우...월든 다시 읽어야하나보다.
◆ 돌잡이에 연필과 아빠 머리카락을 잡았다. 새벽이면 아빠는 잠든 내 머리맡에서 연필 열자루를 말 없이 깎아놓고 출근하셨고 심이 뭉툭해져 나무가 종이에 닿으면 다음 연필을 잡아 뾰족한 심을 다시 둥글게 만들었다. 아. 연필심이 조금만 가늘면 좋겠다. 그러면 뭉툭해져도 끝을 다듬지 않아도 될텐데. 한자루의 연필을 쓰고 새 연필을 꺼낼때마다 생각했다. 어떤 연필은 깎아도 깎아도 계속 부러졌다. 그렇게 매일 열자루의 연필을 둥글게 만들며 천자문과 한글을 뗐고 조간신문에 쓰인 뜻모를 글자를 그렸다. 아빠 책에 낙서하다 혼나서 지우개로 지우다 찢어서 더 혼나고, 벽지에 손 닿는 높이까지 그림을 그리곤 지우개로 지우다 내심 아까워서 살살 지워 자국을 남겨뒀다 몰래 나와 덧그려놓기도 했다. 화장실 문 옆의 빈 벽에 내 키를 표시한 첫 선과 선 옆에 적은 날짜를 기록한 건 뒤에 지우개가 달렸던 노란색 연필이었다. 몃 번의 이사에도 내 키는 집 어느면에건 기록됐고 더이상 자라지 않을때 마지막으로 손에 힘을 주어 몃번인가 덧그렸던 선은 잠자리표 4B 연필이었다. 그림을 시작하면서 습작이라는 이름 뒤로 한다스의 4B연필은 일주일이면 허공에 사라졌다. 종이에 남는 흑심보다 깎여 나간 흑심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뎃생실에 들어서면 연필을 깎으며 정신을 가다듬고 자리에 앉아 이젤에 기댄 빈 종이를 채웠다. 사각이는 소리와 연필 나무의 냄새와 함께 종이 위를 달리던 수십개의 연필 소리가 목을 조르는 것 같아 얼마나 무서웠는지. 그래도 뎃생실의 흑연과 나무냄새는 기억에 남아 가끔 연필냄새 향수를 찾기도 한다. (추천받아요~)
(그림 재료가 아닌 필기구로만 생각하자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공부를 마칠 때 까지 샤프를 썼으니 물리적 사용 시간은  연필보다 샤프가 더 길겠지만 0,5개가 아닌 0.7~0.9미리 굵기의 샤프심을 선호했던 걸 보면 적당한 두께의 연필심에 대한 갈망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 지금도 문구코너에 가면 여러 문구류 중 필기구 앞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온다. 메모장이나 다이어리는 그저 쓸 수 있기만 하면 껌 포장지 뒷면이라도 상관없지만 반드시 연필과 샤프만은 손에 감기는 맛을 따진다. 손에 감기는 맛으론 만년필도 있지만 생각이 이리저리 튀는 나로서는 수정할 수가 없어 부담스럽다. 유려하고 선명하며 팔색조 같은 매력의 만년필은 사용하는 종이에 따라 결과물이 확연히 다른데다가 사용자의 압력에 따라 오랜 시간 길을 들여야 편안해진다.
​말이나 행동은 일단 행하면 돌이킬 수 없지만 연필로 쓴 글자는 남들이 보기 전에 얼른 고칠 수 있고, 지워낸 흔적 위로 새 글자를 적어 넣어도 그러려니 마음 넓게 용인된다. 그런 이유로 내 연필의 짝은 종이가 아니라 지우개가 되었다. 만약 연필이 수정 할 수 없는 필기구였다면 변덕심하고 까칠한 성격에 오랜시간 내 마음에 담은 필기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
◆​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필은 내 손의 압력에 맞춰 진하기와 골을 만든다. 종이에 거칠기에 따른 마찰은 미세한 진동을 만드는데, 이 진동이 손끝을 간질간질하게도 하고, 마음을 건들기도 하다가 종내엔 지워지지않는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거기에 시간이 더해지면 내 몸도 연필을 기억한다. 
밋밋하고 임팩트 없는 흔한 연필을 이십년 넘게 쓰면 세번째 손가락 첫번째 마디 안쪽에 굳은살이 생기고, 두번째 손가락 첫 마디가 바깥쪽으로 휜다. 무던함과 꾸준함은 이만큼이나 대단하다. 연필에 적응해  인체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마저 모를만큼 약하고 느린 연필이지만 일단 생긴 굳은살과 손가락 휨을 발견했다면 이미 당신은 연필에 스며들어 연필과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고 확신한다.
♥ 백년뒤 인간의 손끝에는 지문 대신 굳은살이 있을지도.
♥돌잔치에 아빠 머리카락과 연필을 잡은 나는 설득이 안되면 꿈쩍도 안해 아빠가 머리를 부여잡게 한 고집불통 자식으로 자랐고 엄마의 멱살과 자동차를 잡은 둘째는 부모 가슴을 아프게 하며 자라 온세상 쏘다니는 인간이 되었으며 돌잡이 쟁반을 엎고 케익을 양손에 잡은 세째는 역시 먹을거주면 고분고분한 마이웨이 인간형이 되었다. 돌잡이는 쁘띠 미래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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