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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무얼 부르지 ㅣ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4
박솔뫼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평점 :
그러니까 우리가 문장과 겹쳐지지 못하더라도.
스토리가 좋아서, 등장인물이 매력적이어서, 갈등해결방식이 마음에 들어서, 혹은 문장이 마음에 들어서. 다양한 이유로 소설을 읽지만 이 책은 좋은 이유를 모른 채 계속 궁금해하고 휩쓸리다 영문을 모른 채 끝난다. 당황스러운 첫 대면만큼 마지막까지 당황스러운 책. 그럼에도 박솔뫼작가만의 고유한 문장 질감은 독보적이다. 일곱개의 단편, 약200페이지의 구성인데, 몃 작품은 연작인 듯 한 느낌은 받고 (『해만, 『해만의 지도) 몃 작품은 배경을 공유하면서도 연작이 아닌것 만 같다 (『안 해』- 『그때 내가 뭐라고 했냐면』) 현대사의 역사적 사건에 겹쳐지지 않는 사람들이 가진 거리감을 건조하게 묘사한 『그럼 무얼 부르지』, 욕망의 상실과 획득의 양가감이 돋보였던 『차가운 혀』 안나와 함께 간 영화관의 곰과 나비와 테이블의 이야기 『안나의 테이블』 모두 현실과 환상의 경계선에서 양쪽을 오가며 대립의 상징물이 등장한다. 본 작품이 200페이지인데, 해설이 50페이지인데는 그만한 이유가...
『차가운 혀』
『차가운 혀』 의 주인공은 바의 주방과 서빙을 하는 아르바이트생이다. 사과와 오렌지와 자신을 하나의 점처럼 여기고 삼각형이라는 안정공간을 욕망한다. 그것이 사과와 오렌지가 아닐지라도 주인공이 원하는 안정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선 최소한 3개의 점이 필요하고 세 대상이 누나였다가 본드였다가 현재 그 상태이기도 하다. 안정상태라고 여겼으나 누나는 사장이 말한 런던이라는 공간에 가길 욕망하고 삼각형에서 이탈하지만 나와 사과와 오렌지의 삼각형 말고는 가져본적이 없기때문에 욕망할 의지마저 상실한다. 외부자극으로 인해 깨진 삼각형은 주인공과 누나른 대립의 상징물로 만든다. 비정형적 의지와 욕망의 상실이 평면의 점. 선, 면, 대칭과 같이 직선적이고 단순한 이미지로 재조합 되어 그려졌다.
『안 해』 - 『그때 내가 뭐라고 했냐면』
이 두 작품은 구름새 노래방의 검은옷 사장이 열심히 노래하지 않는 사람들을 감금해 열심히 노래를 부르게 한다는 비슷한 설정에 놓인 작품들이다. 납치범과 피해자가 생각하는 열심의 의미가 대립하여 생기는 그로테스크함은 앨런포의 글을 읽는 듯 한 섬뜩함을 준다. 자신의 욕망을 상대에게 투영할 때 발생하는 강압과 폭력과 강제성이 검은옷, 막힌공간, 폭력, 감금의 상황에 덧입혀져 활자가 된 덕에 읽는 내내 좁은 공간에 처박혀 운신의 자유가 박탈당한 채 강압적인 상황이 되었으리란 공포가 전달되서 힘들었다. 특히 그때 내가 뭐라고 했냐면 의 경우 좀 더 힘들었고 혹시라도 트라우마가 있는 분들이라면 안 읽으셔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만』 - 『해만의 지도』
가상의 공간 해만을 배경하는 두개의 작품. 살인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찾아간 해만의 기억은 각자가 그린 부정확한 기억으로 그려낸 지도만큼이나 살인자의 존재를 흐릿하게 만들기도 하고 모두를 저편으로 사라지게 하고 결국 텅 비어버린 자신만 선명해졌다. 살인자의 여동생이 자처하는 인물로 인해 진실의 공간에서 거짓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사람과 사건과 시간과 기억이 모두 부유하는 듯 한 작품.
자기독백형식의 문장의 나열들로 서술과 생각이 분리되지 않고 연결된다. 감정상태의 묘사가 러프하고 현실과 환상의 무경계성, 대립상징물들의 등장이 형이상학적인 보들레르의 글이 연상되기도 했다. 그래서 작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내 나름대로 해석해 읽어가는 집중도가 필요한 책이기도 했다. 차르르 철걱대는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를 배경삼아 음소거상태의 영화를 볼 때 인물의 입 모양으로 그들의 감정과 대화와 줄거리를 이해해야하듯, 노이즈 많은 화면을 눈을 가늘게 뜨고 머릿속에 그려가듯이. 그러니까 우리가 문장에 겹쳐질 수 없더라도 그 문장이 없던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 문장으로 색이 입혀지는 것이다.
덧)) 읽는 동안 몸살이 났다. 책 때문은 아닌데 컨디션이 책 읽는데 영향을 끼쳤는지 날카롭게 받아들이는 나를 보고 흠칫 놀랐다. 네시간 간격으로 해열진통제를 털어먹었고 네시간 간격으로 사람이 부드러워질때 나눠 읽었다. 아직 컨디션이 잘 돌아오지 않는 걸 봐선 당분간 식이조절을 멈추고 일반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핑계기도 하고 진짜기도 하고. 겸사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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