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편안한 죽음 을유세계문학전집 111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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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떠나보낸 시몬 드 보부아르의 자전적 소설.


욕실에서 넘어진 어머니의 골절로 생각하지 못한 질병을 발견했고 이는 급작스럽게 죽음까지 이어졌다. 인간이 죽는 일은 자연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사자에게도 자연스러울 수 없는 법. 돌아가실 만큼 먹은 나이고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만 당사자에게 죽음은 유예하고싶은 것이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겪는 고통앞에서 가족도 의사도 간호자도 당사자가 아닌이상 고통과 상실에 공감할 수는 없다. 모든 죽음은 나눠가질 수 없는 개인적인 경험이자 보부아르가 마지막에 쓴 말처럼 당사자의 의지와 일치할 수 없는 하나의 부당한 폭력이다. 
『 자연스러운 죽음은 없다. 인간에게 닥친 일 가운데 그 무엇도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 지금 이 순간 인간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 이는 그 자체로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하지만 각자에게 자신의 죽음은 하나의 사고다. 심지어 자신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인간에게 죽음은 하나의 부당한 폭력에 해당한다. 』- p.153

사르트르와 계약연애, 20세기 페미니즘의 한 축이었던 보부아르가 어머니의 죽음을 회고하며 쓴 자전적 소설이다. 나 역시 딸인 탓에 어머니처럼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구석에 담고있다.  이 다짐은 엄마라는 여성과 불화하여 불꽃튀기며 싸우기도 하지만 가끔은 애잔한 마음에 가엽게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 논쟁이 아닌 순응의 과정만 경험했기에  자기방어물로 헌신과 희생밖에 앞세울 것이 없었던 보부아르의 어머니, 시몬 드 보부아르를 어려워하던 브랑수아드 드 보부아르에게서 나는 내 어머니와 나를 본다.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그랬듯 어머니와 나도 비슷하고도 다른 이유로 끊임없이 갈등했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은 대부분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특성 뿐 아니라 사회가 여성을 길들이는 방식 앞에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기인하고 이에따라 갈등의 크기는 달라지지만 어쨌든 애증이 전혀없는 어머니와 딸은 없는것 같다. 딸에겐 생명의 근원이었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죽음을 다룬 자전적 소설 속에서 나는 시몬 드 보부아르가 쓴 <제 2의 성> 의 2부, 체험단원을 떠올렸다.
<제 2의 성> 을 먼저 읽은 덕분인지 이 자전적 소설 속 보부아르와 어머니의 관계가 더 아프고 깊고 가련했다. 엄마를 얼마나 이해하고 싶었으면, 엄마를 미워하지 않기 위해 쉼없이 애썼으면 그 길고 긴 책을 쓰게 되었을까. 자신의 삶을 (긍정이건 부정이건) 통째로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던 어머니가 세상에서 사라진 보부아르가 느낄 상실감이 어떠했을지 나는 감히 가늠하지 못하겠다. 다만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몬과 프랑수아즈가 화해했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한쪽이 사라졌다면 단절이지 화해일리 없고 세대간의 화해는 가장 부자연스러운 강제가 될테니.​
『 프랑수아즈 드 보부아르.
이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자신의 이름으로 불린 적이 거의 없는, 잊힌 여인에 불과했던 엄마가 한명의 주체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146p
한발자국 떼기 위해 바닥을 밀어낼 수 밖에 없듯, 모든 자식들은 모든 딸들은 그들의 부모와 어머니를 밀어내며 앞으로 나가고 생각지도 못한 순간 소멸해가는 나의 근원을 뒤돌아보게 될 것이다.  뒤돌아 마주보는 순간이 반드시 죽음일 필요는 없지만 앞서 달리는 자들을 멈추게 할 가장 큰 이벤트 - 온 생을 자신의 욕망에 반한 삶을 살던 한 여인이 장례식장에서 이름이 불리는 순간만큼은 한명의 주체적 인물로 되살아 나는 순간 - 그것이 죽음이라면, 그보다 더욱 삶에 맞설만 한 이벤트는 없으리라 확신한다.​
# 일주일도 삶이 남지 않은 환자가 고통에 몸부림치고 보다봇한 보호자가 의사에게 모르핀을 놔달라고 하자 "자기 자신을 존중할 줄 아는 의사라면 절대 타협하려 하지 않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마약과 낙태입니다."?라고 답하는 의사 싹퉁머리. 팍씨.

<제 2의 성> 을 먼저 읽은 덕분인지 이 자전적 소설 속 보부아르와 어머니의 관계가 더 아프고 깊고 가련했다. 엄마를 얼마나 이해하고 싶었으면, 엄마를 미워하지 않기 위해 쉼없이 애썼으면 그 길고 긴 책을 쓰게 되었을까. 자신의 삶을 (긍정이건 부정이건) 통째로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던 어머니가 세상에서 사라진 보부아르가 느낄 상실감이 어떠했을지 나는 감히 가늠하지 못하겠다. 다만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몬과 프랑수아즈가 화해했을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한쪽이 사라졌다면 단절이지 화해일리 없으니 세대간의 화해란 가장 부자연스러운 강제다.

- 더불어 <제 2의 성>, 비록 엄청촘촘하고 분량도 많지만 꼭 같이 읽으시길.  레 망다렝도 읽으야할까.
- 어제까지 썼어야 했는데.....쥬르륵...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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