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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언니에게 ㅣ 소설Q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평점 :
📍 낙인. 부서진 영혼. 열여덟.
2008년 7월 14일 월요일
오늘을 찢어버리고싶다
✒ 책 한장 들어 옮기는데 3분이 걸리면, 20분을 토해내듯 울고 10분을 숨을 고르면서 또 한장을 들어 옮겼다.
퉁퉁부은 눈, 잠긴 목소리 풀어헤친 두루마리 휴지 앞에서 제야는 나의 감기가 되었다. 일주일째 폭포처럼 쏟아지던 눈물과 콧물을 변명해줄 감기가 되어 그렇게 일주일을 밤마다 앓았다✒ 친족 성폭력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다양한 폭력의 형태와 그 폭력에 상처받은 제나의 모습을 일기의 형식을 빌어 적어내려간다. 사회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어린 여자에게 내보이는 편견과 폭력적인 시선, 심지어 가족에게도 위로는 커녕 침묵을 요구받는다. 살아온 열여덟의 생의 소중한 모든 것들을 빼앗기고 고통받는 동안 가해자는 시의원으로 가장으로 혈육들 사이에 자리잡고있다. 상처는 지워지지 않은 채 평생을 따라다니고 가족에게도 지워져가는 피해자는 스스로를 지워버리려고 한다. 사회가 보내는 상처도 평생을 가지만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받는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그래도 가족인데, 그래도 부모인데, 그래도 형제인데' 따위의 위로같지않은 말은 상대를 위로하는 행위로 자신이 괜찮은 사람 되보려고 피해자를 무간지옥 바닥으로 다시 던지는 가장 대표적인 폭력이다.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아니. 시간이 지나서 존재가 사라지면 해결이 될 뿐이다. 천륜은 그래서 양날의 검이다.
✒ 그 고통을 짊어지고 제야는 내일을 보며 달려가는데 내 안의 제야는 아직 열병중이다.
지구 자전축이 움직여 작은곰자리 알파별이 거문고자리 알파별로 북극성이 옮겨질 일만 이천년의 시간이 지나가면, 그보다 더 오래걸려서 우주의 위아래가 뒤바뀔 시간이 지나면 화석처럼 열병의 상처가 남을것이다. 뒤집어진 의자로 모든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카시오페이아의 형벌, 아무도 대신해주지 못하는 형벌. 나만 아는 형벌. 그 벌의 시간을 혼자 짊어진 후에야 환상통에 매일을 괴로워할 흉터 하나 남는다. 지구인들은 별자리를 바라보며 아름답다 노래하지만 형벌을 받는 카시오페이아는.
그래도 살겠지. 영겁의 시간 모든걸 짊어진 채 제야는. 제야들은. 그리고 우리 모두는.
✒ 친인척 성폭력 피해자인 제나에게 쏟아지는 다양한 폭력의 모습과 그 폭력에 상처받은 제나의 모습을 일기의 형식을 빌어 적어내려간다. 사회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어린 여자에게 내보이는 편견과 폭력적인 시선, 심지어 가족에게도 위로는 커녕 침묵을 요구받는다. 살아온 열여덟의 생의 모든 소중한 것들을 빼앗기고 고통받는 동안 가해자는 시의원으로 가장으로 혈육들 사이에 자리잡고있다. 상처는 지워지지 않은 채 평생을 따라다니고가족에게도 지워져가는 피해자는 스스로를 지워버리려고 한다. 사회가 보내는 상처도 평생을 가지만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받는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그래도 가족인데, 그래도 부모인데, 그래도 형제인데' 따위의 위로같지않은 말은 상대를 위로하는 행위로 자신이 괜찮은 사람 좀 되보려고 피해자를 무간지옥 바닥으로 다시 던지는 가장 대표적인 폭력이다.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아니. 시간이 지나서 존재가 사라지면 해결이 될 뿐이다. 천륜은 그래서 양날의 검이다.
✒ 그 고통을 짊어지고 제야는 내일을 보며 달려가는데 내 안의 제야는 아직 열병중이다.
지구 자전축이 움직여 작은곰자리 알파별이 거문고자리 알파별로 북극성이 옮겨질 일만 이천년의 시간이 지나가면 그보다 더 오래걸려서 우주의 위아래가 뒤바뀔 시간이 지나면. 화석처럼 열병의 상처가 남을것이다. 카시오페이아의 뒤집어진 의자로 모든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형벌, 아무도 대신해주지 못하는 형벌. 나만 아는 형벌. 그 벌의 시간을 혼자 짊어진 후에야 환상통에 매일을 괴로워할 흉터 하나 남는다. 지구인들은 별자리를 바라보며 아름답다 노래하지만 형벌을 받는 카시오페이아는.
그래도 살겠지. 영겁의 시간을 지나도 제야는. 제야들은. 그리고 우리 모두는.
✒ 감히 작가님께 감사를 말한다. 제야에게 위로가 될지도 모를 장면을 쓸때는 제야의 고통을 묘사할때만큼 주저하셨다는 작가의 말처럼 제니도 승호도 이모도 없었을 이 시대의 숨죽인 제야들에게 함부로 위로의 말을 적지 않으셨음을. 어줍잖은 위로가 그들의 심장에 얼음송곳을 들이미는 것이라서 나를 모를 곳으로 떠나야했던 그들의 심정을 헤아려주셨음을 감사한다. 열일곱의 제야가 서른다섯, 서른아홉, 마흔일곱, 쉰아홉살의 제야가 되어 어디선가 살아남게 해주신걸 가장 감사한다. 수많은 제야를 살아남게 해주셔서 감사한다.
🔖 내게 모든걸 떠밀고 나를 없애버리고 있다. 지금의 나를 쓰레기로 만들어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다 나를 위해서라고, 내 미래를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내가 찢어버리고 싶은 건 내가 아니다. 그런데 내가 찢어지고 있다 -P.49
🔖 어릴때는 밤하늘이 마냥 천국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저곳에 지옥도 섞여 있는 것 같다고 제야는 생각했다 -P.58
🔖 우리에겐 각자의 그늘이 있지. 그 그늘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고 때로는 그 그늘이 그 사람을 고유하게 만드는 것도 같다. -P.72
🔖 나는 은비를 잃었어. 잃었고, 잃었다는 사실 조차도 잊고 살았어. -P.79
🔖 마음을 쓰는거야. 억지로 하는게 아니야. 좋은 것을 위해 애를 쓰는 거지. -P.161
🔖 내겐 눈과 귀가 하나씩 더 생겼구나. 남들에게는 없는 조직이 하나씩 더 생겨서, 그 일을 겪지 않은 사람처럼 세상을 볼 수는 없게 되었다. -P.163
🔖 이모가 내게 젊다고 했을때 나는 두려웠다. 젊음은 좋은건가. 젊음은 위험하다. 나는 내가 어리지도 젊지도 늙지도 않은, 모르겠다 그런 모든 형용사에서 벗어나고싶다.-P.172
🔖 제야는 많은 것을 그깟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썼고 제일 먼저 자기를 그렇게 만들었다 -P.190
🔮제출용일기, 나만의일기, 그렇게 일기를 두번쓰던 제야처럼, 이 책 만큼은 나의 독후감을 한번 더 쓰련다. 물론 나만의 독후감이니까. 누구도 손가락질 하지 않고 아무도 탓하지 않겟지 🔮 새벽 한시. 제야를 보내줘야겠다. 안녕. 다시 만나지 않아도 되니까 어디선가 꼭 살아남아. 나는 여기서 살아남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