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폭스 갬빗 - 나인폭스 갬빗 3부작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 허블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온기 없는 숫자들은 켈 체리스와 슈오스 제다오를 만나 인간적인 기록으로 남겨진다.


👤 켈 체리스
복종과 자의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자. 서비터의 이지를 존중하는 자. 사지로 몰아넣은 아군에게 죄책감을 가진 자. 절두중 진형본능에 반하는 행위로 불명예를 얻어 산개하는 바늘요새의 역법부식을 막기위해 슈오스 제다오의 결박자가 된다
​👥슈오스 제다오
전술천재 대반역자 대량학살자로 기록된 자. 400년간 망령상태로 속박되어있다가 역법부식을 막고자 이지가 있는 그림자상태로 켈 체리스에게 결박된 채 함께한다. 그는 정말 대반역자이고 대량학살자였을까.



✒ 이 책은 대부분이 전략 전술 전투로 이루어져 있어서 SF에 무겁지않은 밀리터리물로 느껴진다. 심지어 전투의 패배도 전쟁의 전략이다. (전쟁론을 머리 쥐어뜯으며 읽은 보람을 여기서 느낄줄이야)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수학용어는 몰라도 그만이다. 가장 싸게 먹히고 설득력있는 패배를 위해 많은 수의 아군을 죽음으로 밀어넣어야하고 전략파악을 위해 친우의죽음을 매개체로 이용한다. 파벌싸움에 아군의 희생이 얼만큼 늘어나는가도, 적군 역시 내부의 알력다툼에 삐걱대는것도 보여준다. 우리의 기준에서나 이단일 뿐 상대에겐 침략자라는 사실도, 적군의 목숨이 우리 아군의 목숨보다 못하지 않다는것도, 죽이지 않으면 죽는 전쟁이기에 전쟁의 잔인함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게다가 각 파트의 전략과 전술, 전쟁과 대화가 계속 사슬처럼 연결되는걸 이해하고 예측하면서 읽느라 오랜시간 머릿속에 그려가면서 읽어야했다

✒ 초반 몰입까지가 좀 힘든 느낌이 있다. 이 부분을 최근에 읽은 SF 두 작품을 예를 들어 적어본다.
나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은 감성SF 단편집으로. 테드창의「숨」은 하드SF+철학 단편집으로 느껴졌다. 두 작품 모두 배경설정이 우리가 사는 세계 어디쯤에 있을 법 한, 과학기술의 발달로 일어날 수 있음을 예측할수 있는 범위 안에서의 일상의 확장판 정도이다. 그러니까 머릿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수고까지는 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을 가지고 있어서 독자가 읽기에 이질감을 덜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인폭스갬빗은 불친절한 배경설정을 가졌다. 있는 세계관을 써먹는게 아니라 세계관 자체를 재설정해야 이해할 수 있다. 심지어 기존SF물에서 당연히 여기던 모든 서양식 단어형 명칭 대신 문학적 명칭을 사용함으로 이질감이 극대화된다. 거기다 SF물의 기반인 과학 보다는 수학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것도 한 요인이겠지.
하지만 이 이질감은 우리만 느낄 것 같지는 않다. 햄버거와 스테이크 감자튀김에서 벗어난 음식들이라니. 구미호설화를 기반으로 했다니. 주류는 무엇 하나만 이질적이어도 금새 낯설음을 느끼는 법. 충분히 영어권 독자들에게도 이 작품 전체가 이질적으로 다가갔을거라고 확신한다. 우리야 항상 이질적인 외국음식과 외국명칭에 익숙해서 오히려 우리것이 들어간게 낯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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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여성이 존재하긴 하는데 굳이 생각할 필요 없다. 기존 여성성 남성성의 이미지가 그냥 없다고 생각하고 읽으시길

✒이 책의 제목은 나인폭스갬빗 (NineFox Gambit)이다.
갬빗, 그러니까 '첫 수'에 방점을 찍고 읽어보자. 구미호(NineFox)가 첫 수라면 다음 수를 어떻게 놓을것인가. 상대는 어떤 수를 놓을것인가. 한집을 나고 반집을 내주며 결국 최종 승패를 좌우하는 수는 무엇인가.

✒ 이 작품은 Machineries Of Epire Trilogy (제국의 기계) 가 1부, Raven Stratagem (큰까마귀의 전략)가 2부, Revenant Gun (망령의 무기정도 될테지만 마지막 문장을 봐서는 주군의 총 이 될수도 있겠다) 가 3부로 총 3부작이다. 그중 제국의 기계인 1부만 읽었는데, 2부와 3부의 내용이 대충은 상상이 되지만 이 작가가 풀어놓을 이야기 스타일이 진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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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0
적에게만큼은 무자비해지게. 적에게 건네는 자비의 손길은 반드시 무자비한 칼날로 돌아오는 법이네

🔖p.220
명성이란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애초에 버리고 싶다고 해서 버릴 수 있는게 아니니 결국 사용법을 익히게 된다네

🔖p.277
칠두정 시민 한 사람과 이단 시민 한 사람은 서로 다른 가치를 지녔는가? 그렇다. 서로 같은 한명이라 할지라도 동등한 가치로 봐선 안된다. 그러나 체리스는 의심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정말 문제가 없는 걸까?

🔖p.495
역법 전쟁은 마음을 다루는 싸움이다. 적절한 숫자를 적절한 마음에 대입한다면 숫자는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의 주인이 섬길 가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는 주군의 총이오니
역법 부식이 다시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 2권 3권 언제나와요??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당했어..
🔮'감각되는' (266P) 같은 표현은 수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학적으로 필요한 부분도 아니니까요.
지그소퍼즐(P.367)은 외래어표기라 그런거였나...​
괘나->꽤나 (247P) 이건 오타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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