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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 - 성덕의 자족충만 생활기
조영주 지음 / Lik-it(라이킷) / 2019년 8월
평점 :
📍성덕이 되신 작가님의 에세이를 읽으며 성덕이 그냥 덕질한다고 되는게 아니라는걸 알았다. 나는 태생부터 머글이구나
✒ 나는 좋아하는 것이 너무 많다. 어렸을땐 레고가 그랬고, 좀 더 커서는 문구류를 모으는걸 좋아했다가, 무기력병에 빠진 사춘기를 지나 어른이 되어서는 세상의 모든 색이 다 좋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화장품과 향수로 방향을 틀었다가 피부트러블로 관심이 푸시식 식었지만 한정판과 해외 리미티드버전을 직구로 사 모으는 병은 진행중이다. 내 기준에 예쁘다고 판단하면 아마존을 뒤져서라도 구해온다. 책은 평생 폈다 접었다 하고 있지만 그것이 덕질까진 아닌것 같다. 가만보니 나는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게 많을 뿐, 평생 덕질까지 가는 것은 없었다. 심지어 아이돌이건 연예인이건 사람을 덕질한 적도 없다. 중용의 폐해가 사람으로 태어나면 그게 나다.
✒ 무언가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아 성덕에 이르시는 분들은 (나를 기준으로) 잠이 많지 않으신 것 같다. 나는 작정하고 잠들면 24시간도 가능한, 잠에 관한한 타의추종을 불허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다, 현대인의 치명적 단점인 아침잠많음이 머글에서 성덕으로 가는 길을 막고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그래, 잠을 많이자는것으로 뭘 이룰 수 있는지 모르지만 일단 잠을 부족하게 자면 당장 내일이 지옥이란건 잘 안다. 그래서 사약같은 커피를 왜 먹는지 이해할수 없다고 말하던 스무살 언저리의 내가 투샷 추가한 벤티 아메리카노를 아침저녁으로 마셔대는 혈액대신 카페인이 흐르는 현대인이됐다. (이젠 커피를 마시면서도 숙면할 수 있는 능력자다) 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뭘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고 그걸 좋아하고 행복해 하는 '나'를 제일 좋아한다는건 잘 알겠다. 그러니 나는 무엇의 덕후란 말에는 적당한 사람이 아니다. 내 자신 덕질을 평생하고 있을뿐이다. 내 취향 참 마이너하네.
✒오래전에 작고하신 내 친할머니가 그러셨다 '사람은 평생 왜 사는지 고민하다가 죽을때쯤 깨달으면 부처님 옆자리 가는거고 죽어서도 모르면 지옥불 가는거'라고. 그러니까 적당히 고민하고 적당히 즐겁게 살라고. 할머니는 내가 성덕은 글렀고 그냥 적당한 머글로 살 거란걸 이미 아셨던 모양이다. 할머니, 머글의 삶도 썩 괜찮아요. 열심히 고민하면서 살고 있어요.
🔖p.26
문 닫는 시간까지 카페를 나서지 못하는 손님을 보노라면 왠지 쓸쓸하다. 그들의 얼굴엔 가끔 농밀한 감정이 묻어난다. 고르는 메뉴는 각기 다르지만 사실 그들이 원하는 건 메뉴에 없는 '케렌시아'가 아니었을까
🔖p.30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을 놓지 않는다면 자신만의 길을 걸을 수 있고 삶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p.60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몰입하고 흠뻑 빠져드는 것은 열정이지 사랑이 아니란다. 그렇다면 사랑을 하는 것은 무엇이냐 그것은 서로가 충분히 자신의 생활을 즐기고 즐거운 상태에서 서로 즐거운 기분을 공유하는것, 즉 무리하지 않는 것 이라는 구절에서 나는 무릎을 쳤다
🔖p.124
희망은 의문형이다. 왜인줄 아느냐. 희망이 있다고 쉽게 믿을 수 없기 떄문이다 그러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원한다면 무기력하게 살아도 좋다. 희망이 없더라도 조금이라도 편히 살아남자
🔖p182
"연애 그걸 왜하는지 이해가 안된단 말이다" 그러자 한참을 지나 '지금 머리하고있다' 인증샷을 첨부하며 보내온 D의 대답에 나는 무릎을 탁 치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게 이해가 되면 사랑이냐."
🔮 역시 덕질은 아무나 할수 있는게 아니고, 성덕은 더더군다나 쉬운 일이 아닌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