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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로르의 노래
로트레아몽 지음, 윤인선 옮김 / 청하 / 1997년 12월
평점 :
절판
광란의 단어, 미친문장...표지에 나온 책에 대한 소개다. 말그대로 이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을 쓴 사람은 천재 아니면 바보...또는 희대의 사기꾼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절대적인 반항의 정신'...시인은 이 반항의 정신을 이 책 전반에 깔고 있다. 기존의 모든 윤리...선이라는 것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표면을 부수고 그 내면 깊숙히 숨어있는 본능적인 악을 끄집어 내고 있다.
바슐라르에 의하면 이 책에 나오는 동물의 종의 수는 185개나 된다. 이 무수한 동물들은 모두 인간에 비유되어 그 참혹한 악을 표출하고 있다. 거미, 개, 이, 상어 등등 폭력적인 동물들의 성향을 ....인간과 대비시켜 놓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동물들을 비하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동물들을 통해 인간을 비하시킨다는 것이 특징이다.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의 모습...발가벗겨진 인간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스스로를 깊숙히 바라보게 된다. 잔잔한 수면위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그 수면의 밑바닥에 진흙들 속에 숨어 있는 인간이라는 이름 아래 숨어있는 공포와 증오의 모습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신, 즉 창조주에 대한 반항이다. 1800년대 말의 유럽의 신앙은 사회의 기본 질서를 지켜주는 성벽과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런데 20대 초반의 이 젊은이는 그 종교를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고 있다. 신을 인간의 위치에 끌어내려, 완벽하지 않은 세상을 만든 완벽하지 않은 창조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책의 초반부터 끝까지 신에 대한 조롱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이 책의 주인공인 말도로르는 신의 윤리에 거역하는 것을 자신의 목표로 삼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아름다운 이유는 처음에 말했듯이 반항의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면 밑에 숨어있는 악을 보여줌으로써 선을 치료제로 찾게 만드는...그런 역할을 한다. 아니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악은 악 자체로도 이 글 안에서 충분히 주인공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내가 이 글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느꼈던 부분은 인칭, 주제와 객체, 문체가 끊임없이 바뀐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책을 대충 대충 읽을 수 없게 만들며 독자에게 지적인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악마적인 유혹이었다. 시인지 소설인지 알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게 변모하는 내용과 문체는 요즘 어떤 참신한 작가도흉내내기 힘들만큼 환상적이었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읽어 보자.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그 반항의 정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