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일의 노래
G.로르까 / 태학당 / 1994년 1월
평점 :
절판


20세기 스페인 문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로르까의 시집이다. 옛날 번역이라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나마 국내에서는 로르까시집을 찾기도 힘든 상황이므로 읽어볼 만 하다.

중남미 문학의 특징은 우리가 접해보지 못한 기후와 환경과 정서를 바탕으로 한 환상성이 아닌가 싶다. 시집 전반에 나오는 낯선 지명들...그리고 뜨거운 열정과 죽음에 대한 사색 등은 묘한 매력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적신다. 오렌지 나무와 강줄기, 푸른 밤의 이미지가 시 전반에 깔려 있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문화인 투우에 대한 찬양과 투우사의 죽음에 깔린 서글픔이 짙게 깔려 있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투우사의 죽음'이라는 시는 오후 5시라는 시간을 행과 행사이에 집어넣는 수법으로 놀이 깔리기 시작하고, 투우가 마무리 되며 투우사가 투우장의 모래위에 자기의 피든 투우의 피든 흩뿌려져 있는 붉고 선명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민요시집' 부분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우리나라의 아리랑이나, 김소월의 시처럼 그 지역에 내려오는 전설같은 이야기를 시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세명의 괴한에게 잡혀가 이유모를 죽음을 당했다는 작가의 죽음의 모습이 자신의 시에 나오는 '경악'이라는 시의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여 그 자신조차 시에 녹아들어간듯한 기묘한 인상을 주었다.

번역판이라 중남미의 정서를 다 읽어내리기엔 부족했지만, 보르헤스나 옥타비오 빠스를 읽기 위한 기초 지식으로 사용하기에 좋을 듯 하다. 특히 로르까는 내가 특히 좋아하는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와 교분을 나누고 지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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