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계절 범우문고 10
전혜린 지음 / 범우사 / 199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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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천재라는 것은 범인을 얼마나 절망으로 몰고 가는가? 전혜린을 말할 때 흔히 천재라는 말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녀도 운좋게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그의 천재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얻은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측면에서 화가 났다. 1955년에...유학을 갈 수 있었던 여성이...대체 몇이나 되었을까? 수학 점수가 0점인 채로 서울대 차석의 영광을 얻을 수 있는 기인이 몇이나 될까? 그런 천재적인 사람이 그가 받은 그 모든 혜택에 대해 사회에 그만큼의 보답도 하지 않고 삶을 마감했다는 것에 대해 화가 났다.

한 인간의 삶을 비판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지만, '목마른 계절'을 읽고 나서는 어쩔 수 없이 이 여성의 오만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의 한구절 한구절마다 그녀가 삶에 대해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치열한 싸움을 통해 그녀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인가... 윤동주시인이 문득 떠올랐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서도 자기와의 치열한 싸움이 드러난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기대하는 그의 머리속엔 분명히 암울한 자국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타국의 선진문명에 대한 동경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그런 싸움에 지지 않았다. 편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버리고, 부끄럼 없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산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난다. 수많은 혜택을 받았으면서도, 자기 목숨을 끊을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비애를 좀더 알고 싶다. 어쩌면...겨우 책 한권을 읽고 이렇게 모진 비판을 한다는 것이 터무니 없는 것일 수도 있으니. 내가 이렇게 분노를 하는 것은...그녀의 이 짧은 일기모음에서조차 그 문장이나 사고의 찬란한 빛을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빛나는 문장을 쓸 수 있는 사람이...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것에 대한 너무나 크고 깊은 아쉬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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