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밭 엽기전
백민석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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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이후로 많은 작가와 철학자들이 성적 금기를 깨부었다. 우리나라에선 '즐거운 사라'를 쓴 마광수나 '아담이 눈 뜰 때'의 장정일, 만화가 이현세등이 그나마 이슈가 되었던 작가들이다. 이 '목화밭 엽기전'을 무어라 부르면 좋을까? 포르노소설이라고 하기엔 성적인 묘사가 충분하지 않다. 대중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엽기적이다. 순수 소설이라고 하기엔 고고한 작가들의 취향에서 빗나가도 한참 빗나가 있다. 그리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작품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대학교 강사인 한창민이나 과외교사인 그의 아내 박태자라는 캐릭터는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인물들이다. 어쩌면 그들 스스로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들이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이나 스스로의 고통을 객체화시켜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온갖 성적인 퇴폐를 소재로 다루면서도, 이소설에 나타나는 인물들 스스로는 절대 흥분을 하지 않는다. 양심이라고 하는 인간에 대한 예의(사회의 필요에 따라 규정지어 놓은 인간의 본성)따위를 찾아 볼 수도 없다. 이들을 유일하게 흥분시킬 수 있는 것은, 성적 쾌감이나 성적인 코드들이 아니라 반체제적인 것, 반사회적인 것, 반인간적인 것들이다. 주인공 한창민이 집착하는 '남성적'이라는 것의 특징도 바로 이와 같은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덮은 후에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아마도 주인공 한창민이나 박태자의 무감각한 감정들을 바라보면서 갑각류의 딱딱한 껍질로 자신의 감정을 무장한 현대인들(나 자신을 포함한)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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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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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새로 나오다니...너무 기쁘다. 절판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도서관을 뒤지니 아주 낡은 책 3권이 남아 있다는 검색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한권은 대여중...(한달째~~) 한권은 행방불명, 나머지 한권은 온통 낡고 찢어져서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다. 친구가 제본을 해 놓은 게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서 겨우 빌려 읽을 수가 있었다. 그 친구는 이 책을 읽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여러권을 제본해서 아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했다고 했다.

역시 좋은 책은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 같다. 이 책은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다. 사람들은 누구나 미래를 모르는 불안감을 안고 앞으로 나아간다. 가끔은 그냥 포기해버릴 때도 있고, 또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길을 꾸준히 나아갈 때도 있다. '산티아고'도 마찬가지다. 양을 치는 목동의 삶에서 방랑자...여행자의 삶을 살기까지...아름다운 여인도 만나고, 예언자도 만나고, 연금술사도 만나는 그 아름다운 여정을 보여준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앞이 캄캄해서 도저히 나아갈 마음이 생기지 않을 때...이 책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자아를 실현한다는 추상적인 말을...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침착한 마음을 준다.

청소년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책...또는 삶의 지침서가 될 수 있는 책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어른들에게는 잊었던 꿈을 되새길 수 있게 만들어 주는...그래서 행복하게 만드는 책이다. 시처럼...또는 음악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 선물을 한다고 해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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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 - 부자들이 들려주는 '돈'과 '투자'의 비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 샤론 레흐트 지음 | 형선호 옮김 / 민음인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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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게 된 책...제목을 워낙 많이 들어봐서 심심풀이로 읽어봤지만...솔직히 다 읽고 나서는 화가 났다. 중간중간에는 분명히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경제관념과 다른 생각들로 신선함을 주지만, 결과적으로 책을 덮고 나서 우리는 뭘 얻을 수 있을까?

돈을 벌 수 있는 정보도 아니고, 구체적인 지침서도 아니다. 그저 팔기 위한 책일 뿐이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서 자살하는 사람도 한둘이 아닌데, 돈을 빌려서 경매로 넘어가는 집을 사서 되팔아서 이익을 챙기라구? 교묘하게 세금내지 않는 법....회사를 만들어서 세금을 줄이라구? 미술품을 사서 자산을 늘이라구? (지금 우리가 신문을 보며 분노하는... 어떻게든 돈만 가지면 그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처럼 되라는 건가?)

허,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우리나라사람들이 매일 매일의 삶에 매여 힘들게 살아가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물론 가치관을 바꿀 필요는 있다. 하지만 서민들을 착취하며 부자가 되라는 이 지침서를....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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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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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자기의 체취, 자기의 목소리, 자기의 몸...그리고 자신의 잠재적인 능력...생각보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모르고 있는 듯 하다. '향수'의 그르누이는 그런면에서는 행복한 사람이다. 자신의 절대적인 후각을 알아챌 수 있었으니 말이다. 갓난 아이였을 때부터 냄새가 나지 않았던...무취의 인간인 그르누이는, 그때문에 인간들의 두려움을 사게 된다. 자기와 다른 것을 경계하는 사람들의 본성때문에 그는 고립속에서 세상의 모든 향이란 향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본 일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녹음된 자기 목소리를 들었을 때, 생전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같은 낯설음...그 충격의 순간. 늘 말을 하면서 살면서도, 자기 목소리를 객관적으로 들었을 때...자기 자신에 대한 낯설음을 느끼게 된다. 그르누이도 그랬을 것 같다. 수많은 냄새를 맡았으면서도 정작 자신에게 냄새가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모든 사람이 자기를 낯설어 하는, 그래서 두려워 하는 이유를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선택해야만 했다. 냄새를 가질 것인가, 말 것인가를.

그러나 어떤 냄새를? ...결국은 그것이 문제다. 그는 냄새의 비밀을 알아버렸던 것이다. 사람을 매력적으로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냄새의 비밀...그래서 그는 ... 그 향을 얻기 위해 살인 행각을 저지른다. 가장 아름다운 꽃에서 향기를 추출하듯, 가장 아름다운 소녀에게서 향기를 추출해내는 것이다

인간의 결핍은 무서울 정도의 집념으로 변해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 싼 세계를 압박한다. 그러나 그르누이의 삶은 그 매혹의 향수를 만들겠다는 절대적인 목적 에서 희열을 얻는 행복한 삶이었다. 이 책을 읽을 때, ...자신에게는 무엇이 결핍되어 있는지, 그 때문에 어떤 절대적인 욕구가 있는 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치열하게 산다는 것은 ... 더 나아진다는 뜻은 아닐지는 몰라도... 적어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간다는 뜻이니까, 나는 그르누이의 그 끝없는 욕망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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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정환 옮김 / 자유문학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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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7년동안 알았던 한 친구가 전화를 해서, 자기가 읽고 있는 책의 주인공이 너를 닮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알게 된 '스미레'...책을 읽으면서 난 그녀의 마음에 얼마나 공감했을까? 실제로 나는 내가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자유를 가지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녀처럼 자유롭게 살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작가지망생인 스미레는 ... 열정적인 여자다. 아침 잠이 많고 궁금한게 있으면 새벽 몇시인지 상관하지 않고 화자인 '나'에게 전화를 해댄다. 뭔가에 열중하면 다른 것은 잊어버리기 일쑤이며,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고, 좋아하는 작가를 흉내내는 것을 좋아한다. 한번도 규칙적인 생활을 해본적도 없고, 시간에 얽매이며 사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삶에 대해 늘 호기심으로 가득차 있다. 짝이 다른 양말을 신고 다니면서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며 가끔은 놀랄만큼 신선한 생각들을 하기도 한다.

하루끼의 다른 소설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솔직히 하루끼의 소설을 정독하지는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은 어떤 모델을 설정해서 '스미레'라는 인물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한 것 같다. 다른 소설들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의 관계등이 중요시되는 반면에... 이 소설에서는 모든 인물들이 '스미레'라는 본요리를 위해 장식되는 야채정도의 의미를 가진다. 심지어 '스미레'가 사랑하게 되는 여자 뮤까지도...말이다.

솔직히 그다지 잘 쓴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스미레'의 이미지가 정말 잘 표현되었다고는 생각한다. 어렸을 때 소설을 읽으면, 소설들의 인물에 자신을 대입시키고 싶은 욕망에 빠져들고는 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 '좁은 문'...... 하지만 언젠가부터 소설에서 그런 느낌을 받아보지 못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그 인물을 동경해서 모든 것을 따라하고 싶어지는 마음, 그 매혹적인 기분을 많이 잊어버렸다. 그런데 이 작품은 어른이 되서 본 수많은 소설 중에 그렇게 나를 설레이게 하는 소설이었다. 동경의 대상을 만들어 준, 몇 안되는 작품 중에 하나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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