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밭 엽기전
백민석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드 이후로 많은 작가와 철학자들이 성적 금기를 깨부었다. 우리나라에선 '즐거운 사라'를 쓴 마광수나 '아담이 눈 뜰 때'의 장정일, 만화가 이현세등이 그나마 이슈가 되었던 작가들이다. 이 '목화밭 엽기전'을 무어라 부르면 좋을까? 포르노소설이라고 하기엔 성적인 묘사가 충분하지 않다. 대중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엽기적이다. 순수 소설이라고 하기엔 고고한 작가들의 취향에서 빗나가도 한참 빗나가 있다. 그리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작품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대학교 강사인 한창민이나 과외교사인 그의 아내 박태자라는 캐릭터는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인물들이다. 어쩌면 그들 스스로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들이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이나 스스로의 고통을 객체화시켜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온갖 성적인 퇴폐를 소재로 다루면서도, 이소설에 나타나는 인물들 스스로는 절대 흥분을 하지 않는다. 양심이라고 하는 인간에 대한 예의(사회의 필요에 따라 규정지어 놓은 인간의 본성)따위를 찾아 볼 수도 없다. 이들을 유일하게 흥분시킬 수 있는 것은, 성적 쾌감이나 성적인 코드들이 아니라 반체제적인 것, 반사회적인 것, 반인간적인 것들이다. 주인공 한창민이 집착하는 '남성적'이라는 것의 특징도 바로 이와 같은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덮은 후에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던 것은, 아마도 주인공 한창민이나 박태자의 무감각한 감정들을 바라보면서 갑각류의 딱딱한 껍질로 자신의 감정을 무장한 현대인들(나 자신을 포함한)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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