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골동양과자점 3
요시나가 후미 지음, 장수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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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소재로 한 만화가 성공하기 위해선, 우선 음식이 매력적이어야 한다. 케익을 중심으로 한 과자점은 그런 면에서 굉장히 매혹적이다. 케익을 파는 업무를 담당한 재벌집 아들은 그런면에서 참 재미있는 인물이다. 케익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돌도록 설명하는 능력이 있다. 물론 그의 능력이 그뿐만은 아니다. 어떤 일을 해도, 남들을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그러나 사랑만은 그렇지 않아서...그는 항상 사랑에 굶주려 있다.

두번째..제빵사...케익전문가라고 해야 하나...그는 사랑이 너무 넘쳐서 탈이다. 고등학교때 친구(제과점 주인)에게 차인 후로 그는 바람둥이가 되버린다. 그러나 슬픈 건...마음을 주고 받는 사랑이 아니라...그저 도구로서의 사랑만을 즐긴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어디를 가나 진심으로 상대를 위하지 못하고, 트러블을 일으킨다.

세번째...권투선수였던 조수...가장 어리디 어린...그. 그러나 오히려 그는 세 인물 중 가장 긍정적인 인물이다.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바닥을 어렸을 때 겪은 탓일까...그의 눈에는 오직 케익 만드는 방법 하나 뿐이다. 하지만 고아로 자라온 그는 월급도 모두 고아원에 기부하며, 폭주족으로 살아왔던 과거에서 벗어나...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물론 폭주족으로 살아왔을 때도 본성은 착했던 듯)

이 세인물이 겪어가는 이야기는 매우 인간적이며 감동적이다. 그리고 그들의 케익을 먹는 사람들 역시...나름대로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 아직 3권째지만...다음 이야기가 갈 수록 기대되는 건, 아마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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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깊은 집 - 문학과 지성 소설 명작선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5
김원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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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깊은 집'이라는 이 제목은 참 매혹적이다. 요즈음의 마당이 있는 집은 죄다 콘크리트, 시멘트로 발라버린 집이니 더욱 그러하다. 과거도 아니고 현재도 아닌, 기와는 있지만 창호문은 없는 그런 넓은 ㅁ자 또는 ㄷ자 모양의 집에는 항상 뜰이 있었다. 비가 올 때는 흙이 질퍽해져서 곧잘 구두와 바짓단을 버리던 그런 집은 이제 추억 속에서나 찾아 볼 수 있다. 이 책은 예전에 드라마화되어 한동안 텔레비전에 방영되기도 했다.

어쩌면 은희경의 '새의 선물'과 같은 작품과 이 '마당 깊은 집'과 같은 맥락에서 그 전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삶 속에서의 성장을 그리는 공통점과, 당대의 사회 모습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이다. 새의 선물에서는 화자의 성장의 모습이 관건이 되지만, 마당 깊은 집에서는 그 사회상을 반영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약간 다르지만 말이다. 어쨌든 '새의 선물'을 읽고 감동 받았던 사람이라면 '마당 깊은 집'을 읽고 더 크고 진한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전쟁 후의 삶의 모습은 비참했지만, 또 나름대로 삶에 대한 의지는 요즈음보다 훨씬 굳건하고 아름다웠던 것 같다. 전쟁통에 홀로 된 어머니가 자식들을 다독이며, 잘 키워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참 다부지면서도 맵고, 억척같은 모습이다. 작가는 이 소설이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말한 바 있다. 1960년, 70년대의 어머니들의 모습은 모두 그러하였으리라.

미군들을 불러들여 파티를 여는 주인집의 모습이나, 한 팔이 없어 군고구마나 풀빵을 구워 파는 상이용사네, 적색분자라고 찍혀서 매번 형사가 드나들던 집, 양키 시장에서 군복 장사를 하는 집, 그리고 삯바느질을 해서 자식들을 키우는 주인공의 집 등 한 집에 모여 사는 이때의 모습들은 너무 흔해빠져서 이제 진부하기까지 한 우리 나라의 전후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이 책을 읽다, 펄 벅의 '대지'가 떠올랐던 것은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살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몸을 낮게 굽히며 대지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사는 인간의 모습은 보편적이면서도 감동적인 것이니 말이다. 나는 이 책에서 목욕탕을 묘사한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요즈음이야 찜질방이다 뭐다 하며 고급화된 목욕탕이 유행하고 있지만 예전에야 어디 그랬던가? 일요일 새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세숫대야 하나, 비집고 앉을 자리 하나 마련하기 위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목욕탕에서 전쟁을 벌여야 했으니 말이다. 빨랫감을 가져와서 빨다가 혼이 난 아낙들이 한둘이 아니었고, 뿌연 김이 서린 그 곳에는 항상 어린애들 울음 소리와 아이를 혼내는 엄마들의 잔소리가 연거푸 울려 퍼졌다.

나는 작가와 동시대 사람은 아니지만, 그와 유사한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억척같이 살았던 부모님 세대의 피를 물려받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항상 향수에 젖는다. 생명의 치열함, 그 뜨거운 열기가 내가 가지고 있는 목욕탕의 이미지와 겹쳐지면서 지금의 나태한 생활을 경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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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폴 오스터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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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오스터의 작품의 묘미를 내가 잘 느끼지 못하는 탓인지, 문팰리스(달의 궁전)외의 작품들에서는 그다지 큰 의미를 찾지 못했다. 아, '거대한 괴물'은 꽤 흡족했던 기억이 있다. '동행'이라는 제목과 '폴오스터'라는 작가의 명성만 보고 선택했기 때문인지, 이 책의 서술자가 '개'였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사실, 이 글의 서술자인 '미스터 본즈' 자체의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주인인 윌리가 대책 없는 방랑자이기 때문에 더욱 대조적으로 그의 지적인 부분과 감성적인 면이 돋보인다.

개의 주인인 윌리가 죽음을 앞두고 '미스터 본즈'의 거처를 마련해 주기 위해 자기의 은사를 찾아간다는 줄거리는 조금 무리한 전개처럼 보이지만, '미스터 본즈'의 사고나, 그가 회상하는 윌리와의 추억은 그럴 듯 하게 독자를 끌어들인다. 물론 뒷부분의 반전도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사실 책을 읽을 때부터, 대체 이렇게 비현실적인 구조를 어떻게 마무리지을까를 상상해보는 것이 가장 큰 재미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조금 실망했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이다.

폴 오스터의 가장 큰 장점은, 비현실적인 사건 전개를 현실적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현실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인 부분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스터 본즈가 윌리가 없는 세상에 적응한다는 것 자체가 이 소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 개의 모든 사고를 지배하던 주인의 죽음을 겪고, 거친 세상에서 자기가 의존할만한 (미스터 본즈의 지적인 사고를 이해해줄만한) 주인을 다시 찾는 것이 쉬운 일이랴? 결국은 그랬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난 것이라고는 '역시 개는 개야. 주인이 없는 애완견이 무슨 쓸모가 있지?'라는 정도였다. 물론 작가가 의도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어렴풋이 납득이 가지만, 뒤통수를 때리는 크나큰 반전과 재미는 없었다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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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사랑스러운 적
코니 팔멘 지음, 이계숙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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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르게 된 것은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음을 인정해야 할 듯 하다. 로맨스 소설의 제목처럼 달콤한 내용이 숨어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은 순전히 나의 착각이었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여성의 여성만의 성장소설이라고 이름 붙여야 할 것 같다. 흔히 소녀들은 변덕이 심하고 소녀들의 우정이란 하찮은 것으로 치부되어 중요시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소녀들의 우정과 성장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하고 있다.

예전에 제목은 정확하지 않지만 '내 책상 위의 천사'라는 영화를 보고 느낀 감동과 유사한 감동을 느꼈다. 이 소설의 화자인 키트는 '아라'라는 소녀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동성애적인 감정이 아니라 순수한 우정과 동경이라는 말이 적절할 것이다. 둘의 관계는 키트의 일방적인 애정공세에 아라가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으로 전개된다. 키트는 매우 섬세한 소녀다. 키트와 그녀의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키트가 매우 모범적인 여성적 위치로 성장하려고 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하지만 '아라'와 아라의 어머니와의 관계는 특별하게 보인다. 일반적인 모녀라기 보다는 대립적인 구도를 취하며 '아라'는 제 또래보다 훨씬 성숙한 아이로 묘사된다.

남자 아이들의 성장을 다룬 '데미안'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키트가 '아라'의 독특한 사고를 동경하고 아라와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모습들을 보면, 좀더 여성적이고 섬세한 느낌을 주지만 말이다. '제 2의 성'에서 말하듯 여성이라는 존재는 삶과 죽음을 자신의 육체에 그대로 담고 있는 특이한 존재이기 때문에 성숙기의 소녀는 그 혼돈을 풀어가기 위해 좀더 큰 방황을 겪게 된다. 어쩌면 샴쌍둥이처럼 키트와 아라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들을 보충해가면서 성장하지만, 결국 그 성장의 마지막에선 분리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작가는 소녀들에게서 친구 사이라는 것, 그리고 소녀들의 성장이라는 그 불분명하고 흐릿한 원석의 빛을 잘 닦아서 보여주고 있다. 그 둘이 어떻게 하나로 어우러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분리되는지를 지켜보면서 독자들은 여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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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 시공아트 17
롤랜드 펜로즈 지음, 김숙 옮김 / 시공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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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섬광같아야 한다. 그림은 아름다운 여성이나 시처럼 매혹적이어야 한다. 그림은 빛을 발산해야 하며, 피레네 산맥의 목동들이 파이프에 불을 붙이기 위해 사용하는 이 부싯돌과 같아야 한다. …… 예술은 죽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예술이 대지 위에 씨를 뿌렸다는 것이다.'

이 아름다운 문구는 미로가 그림에 대해 가졌던 미학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의 교육은 파리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하면서도 그의 미술의 뿌리가 마요르카섬에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초기에는 토지와 토지에서 생성되는 생명에 대한 그림이 많았다. 물론 미로 하면 떠오르는 것이 추상화된 그림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 또한 피카소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추상적인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다. 시대별로 변화해가는 그의 그림들과 조각 작품들을 보면 구체적인 형상에서 점차 군더더기를 제거하여 순수한 미적 의식만 남겨놓는 작품들로 변모해 갔다.

초기에는 야수파나 인상파 그림같은 풍경화나 초상화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아주 섬세하게 그린 세밀화나 입체파의 느낌이 나는 그림도 있다. 한 작가의 작품을 볼 때, 그 사람이 이루어 놓은 한 획만을 보아서는 그 작가를 이해할 수 없다. 그 작가가 변모해 온 과정을 볼 때, 작가의 변화 과정과 그 사이의 예술가적 고뇌, 예술적 방향에 대한 끝없는 사색과 고민의 흔적들을 살펴 볼 수 있는 것이다.

대가들의 작품에 그토록 높은 가치가 생기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미로'라는 위대한 작가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대가라고 해도 처음부터 대가는 아니었으며, 자신의 예술을 위해 수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하나에 매진한 한 장인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전혀 이해가 불가능했던 그림들이 마치 마법이 풀리듯, 수수께끼가 풀리듯 내 마음에 살며시 와 닿을 때의 쾌감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이다. 살아가면서 한 사람을 알아가며, 그의 행동이나 사고를 이해하듯, 그림도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추상화에 대해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나 현대 미술은 잘 모르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해 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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