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주의 희망배달부입니다 - 우리 이웃들의 따뜻한 위로와 나눔 이야기
김완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8월
평점 :
품절




 줄거리

제주에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으로 살아온 저자가 자신의 성장 과정과 현장에서 마주한 사람들, 그리고 공공사회복지가 왜 필요한지를 담담하게 풀어낸 에세이.


 Review

처음에는 이 책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으로 일하며 만난 사람들의 사연을 중심으로,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엮어낸 에세이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읽어보면 이 책은 단순히 현장의 미담을 전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들도 있는데 나는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노력을 단 하루라도 해 본 적이 있는가?

p.21


 저자가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복지가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장치인지를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통해 차분하게 설명한다.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복지를 도덕이나, 인류애, 감정에만 기대어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흔히 복지라고 하면 선의, 배려, 희생 같은 단어부터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감상적인 접근보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왜 복지라는 장치가 필요한지를 먼저 생각하게 만든다.

 취약한 사람들이 계속 밀려나고, 의지할 곳 없이 방치될 때 그 문제는 더 이상 개인 한 사람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결국 공동체 전체의 불안으로 돌아온다. 책 속에서 말하는 복지의 필요성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왜 내가 번 돈이 세금으로 나가 다른 사람에게 쓰여야 하는가” 같은 질문에 대해서도 꽤 설득력 있게 답한다.

 단순히 불쌍하니까 도와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완전히 외면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이유를 보여준다.


만약 사회복지망이 하나씩 하나씩 뜯겨 나가면서

의지할 곳 없던 사람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모습을 잃어버린다면,

그들은 사회 질서를 파괴하려는 사회적 괴물로 변해갈 것입니다.

p.64


 사회는 각자도생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넘어지고, 누군가는 뒤처지고, 누군가는 잠시 제힘으로 버티기 어려운 순간을 맞는다.

 그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남겨두는 것이 결국 공동체 전체를 지키는 일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복지를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좋았다.

 저자의 이야기는 뜬구름 잡는 이상론보다 훨씬 현실에 가깝다.

 사람을 돕는 일이 얼마나 복잡한지, 그리고 공무원으로서 그 일을 감당하는 데 어떤 책임감이 필요한지도 함께 드러난다. 덕분에 이 책은 단순히 “좋은 일 하는 사람들의 따스한 이야기”로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복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쪽에 더 가깝다.


 나는 평소 기부나 봉사를 대단한 가치처럼 여기며 사는 편은 아니다.

 필요한 상황이 있을 때 하고, 제도적으로 요구되면 따르는 정도에 더 가깝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적어도 복지를 둘러싼 문제를 너무 쉽게 말하기는 어려워진다.

 왜 어떤 사람들은 일하기 어려운지, 왜 어떤 사람들은 제힘만으로는 다시 일어나기 어려운지, 그리고 왜 사회가 그들을 완전히 내버려두면 안 되는지를 조금 더 현실적으로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제주의 희망 배달부입니다'는 따뜻한 에세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꽤 단단한 질문이 들어 있다.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기반이라는 점,

그리고 누군가를 사회 밖으로 밀어내지 않는 일이 결국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기대하고 읽으면 예상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읽을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사람을 울리기보다, 사회와 타인을 이해하게 만드는 책이다.


[발췌문]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제 43조에 의거 사회복지사업에 관한 업무를 담당한다. 사회보장급여에 관한 업무 중 취약계층에 대한 상담과 지도, 생활 실태의 조사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회 복지에 관한 전문적 업무를 맡는다.

p.6


아버지는 산과 같았습니다. 든든한 산과 같더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산이 깊으면 골도 깊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아버지는 경제적 활동에는 관심이 덜 했고 어머니가 구멍가게를 운영하면서 가정의 생계를 이어왔습니다.

p.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