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에어라인 - 추억의 맛과 함께 비행합니다
진노랑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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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기내식 이벤트를 계기로 승무원들이 각자의 ‘기억의 맛’을 꺼내며 잊고 있던 감정과 마주하는 이야기


 Review


“손님 여러분, 이번 비행은 어떤 기억으로 준비해 드릴까요?”


『루나 에어라인』은 항공기 승무원으로 일하는 주인공에게 다가온

새로운 기내식 기획 이벤트와 이야기가 진행된다.

단순한 메뉴 개발 이벤트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훨씬 이상하다.

기내식에 ‘추억’을 담겠다는 발상.


승무원들은 각자의 ‘기억이 담긴 음식’을 제안하기 시작한다.

김치찌개, 떡볶이, 갈비찜, 초콜릿.

하나같이 화려하고 특별하다기보단

일상적이고, 익숙하며, 평범한 메뉴들이다.


그런 덕분인가, 이야기는 음식이 아니라

그 음식이 만들어졌던 시간과 감정으로 흘러간다.


여기서부터 이 소설의 방향이 바뀐다.


기내식 이벤트는 조금 특별한 계기일 뿐이고,

실제 이야기는 그 뒤에 숨겨진 각자의 삶과 관계다.


“더 가까워지는 것 대신 멀어지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이 문장은 이 작품의 핵심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지금의 관계를 유지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깊어지는 걸 피하고 조금씩 멀어진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그 결과는 뻔하다.

끊어지진 않지만, 채워지지도 않는 관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점점 커지는 공허함.


이 소설의 인물들도 똑같다.

각자 나름대로 버티고, 참고, 넘기면서 살아간다.

그러다 ‘기내식’이라는 핑계 덕분에

억지로라도 자신의 기억을 꺼내게 된다.


음식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다.

오감을 동시에 건드리는 도구다.

그래서 기억을 가장 빠르게 끌어올린다.


이 소설은 그걸 정확히 이용한다.


억지로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문자로 음식 하나 던져놓으면,

자연스레 그 음식의 맛과 향이 떠오르고

사람은 알아서 과거의 기억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과거를 떠올리며,

과거의 거울에 비춰 지금 현재를 되돌아본다.

지금의 문제는 왜 생겼을까,

과거엔 이런 일은 어떻게 헤쳐나갔을까?


그래서 이 소설의 인물들은 결국 선택한다.

회피 대신 직면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어떤 기억을 묻어두고 살고 있지?

그리고 언제부터 그걸 묻어놓게 되었고,

그걸 꺼내지 않게 된 거지?


결국 '루나 에어라인'은

'승무원'의 형태를 빌린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감정을 회피하며 묻어두고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건드리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시작을

가장 무해해 보이는 ‘식사’에서 끌어낸다.


오늘 하루 정도는

쓸데없이 버티지 말고,

옛날에 좋아하던 음식 하나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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