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심을 담다 - 역사가 이어주는 부모와 자녀의 이야기
홍순지 지음 / 히스토리퀸 / 2025년 11월
평점 :

줄거리
엄마이자 아내, 딸, 그리고 한 명의 어른으로 살아가는 저자가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을 통해 부모의 태도와 삶의 방향을 다시 묻는 역사 육아 에세이.
Review
역사는 종종 시험을 위한 과목으로 쓰이지만 본질적인 쓸모는 전혀 다른 데 있다.
먼저 흔들리고, 고민했으며, 나아갔던 사람들의 기록을 통해
지금의 나를 해석하게 만드는 것.
도서 '사史심을 담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엄마로, 아내로, 딸로, 그리고 한 명의 어른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외로움, 죄책감, 불안 같은 현실을 역사와 나란히 놓는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역사 에세이가 아니라,
역사 속의 사람에 비춰 자기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인문학에 가깝다.
쏟아지는 상소와 사방에서 들려오는 세자를 향한 질타를 견디지 못한 영조는 결국 자식을 뒤주에 가두어 죽였다.
p.20
책의 인상적인 부분은 부모의 불안과 흔들림을
부끄러움이 아니라 이해와 반면교사를 위한 대상으로 다룬 곳이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을 통해 비춘 가정과 육아의 불안감은
불안한 부모의 강압적인 통제가 어디까지 파국을 부를 수 있는지 보여준다.
다른 차례에서는 신라의 통일을 말하며,
먼저 전성기를 누렸던 백제와 고구려를 제치고
기어코 삼국을 통일함으로써 조급함보다 버티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기게 만든다.
세종, 태종, 정조, 안창호, 이회영 같은 이름들도
이 책 안에서는 위인전의 박제된 인물이 아니라,
선택하고 후회하고 견디던 한 인간으로 다시 살아난다.
그 덕분에 독자는 ‘잘한 사람에게 배우는 법’만이 아니라
‘잘못된 선택이 이후로 어떤 균열을 남기는가’까지 함께 보게 된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이 책이 중심으로 다루는 부모의 이야기에서도,
부모를 완벽해야 하는 존재로 올려세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문장은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공기처럼 자주 잊히는데,
이 책은 그 진부한 진실을 실제 삶에 잊히지 않게
깊이 꽂아놓는다.
부모도 결국 부족한 인간이고,
아이 역시 그런 불완전함 속에서 자란다.
그래서 “내가 줄인 자존심과 권위만큼 아이가 자라 나를 이해한다”는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처럼 읽힌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통제의 기술이 아니라,
스스로를 낮추고 돌아보는 훈련에 더 가깝다는 뜻일 테다.
내가 줄인 자존심과 권위만큼 아이가 자라 나를 이해한다.
p.119
'사史심을 담다'는 아이에게 역사를 가르치기 전에,
역사를 통해 부모 자신을 먼저 다스리게 하는 책이다.
우리는 늘 지금의 고민이 유난히 특별하다고 착각하지만,
대부분의 불안은 오래전에도 있었다.
다만 그걸 기록으로 남긴 사람이 있었고,
우리는 그 기록 덕분에 조금 덜 외롭게 버틸 수 있다.
그리고 부모가 된다는 건 답을 아는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라,
끝내 더 나은 질문을 붙드는 사람이,
좋은 질문을 안겨주는 사람이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