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 없는 들녘
김창오 지음 / 북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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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도시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간 두 아이 아버지의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묻는 기록.


 Review

도시는 늘 사람을 부추긴다.

남들보다 더 빠르게 살라고.

더 많이, 더 높이, 더 앞서가라고.


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도착할 곳은 도대체 어디인가?


'아지랑이 없는 들녘'은 그 쳇바퀴에서 빠져나와,

빽빽한 도시숲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본다.



마애불은 나에게 이렇게 묻고 있었습니다.

"그대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가?"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p.98


이 책은 귀촌한 이후에 펼쳐지는

화려한 성공담도, 낭만적인 농촌 판타지도 아니다.

오히려 도시의 문명에서 탈출했지만

결국 인간은 어디에 있어도

다시 인간들 속에 어울리고 싶어지지만,

이제 농촌이란 곳은 빈자리만 늘어가고 있다는

조금은 씁쓸한 한탄에 가깝다.


그럼에도 그는 풍요로운 도시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다지 그리워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도시에서 흘려버린 것들이

그 들녘에는 아직 일부나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온기, 공동체의 기억,

그리고 때를 기다릴 수 있는 시간.


책에서는

농촌이 가진 '문화의 시간'과

도시속에 만들어진 '문명의 시간'.

두 가지가 부딛힌다.


도시는 명확한 결과를 요구하지만

자연은 꾸준한 과정을 요구한다.

문명은 남들을 추월하길 부추기지만

문화는 함께 어울리길 권유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멀리 떨어지고 나서야 명확히 보이는

현대 사회에 대한 날 선 통찰이다.

풍요 속의 가난.

군중 속의 외로움.


뛰어놀 아이들마저

경쟁의 전장으로 내몰리는 현실까지.


아이러니한 건 그렇게 괴로움에서 벗어나 도착한

들녘에도 빈자리와 상실이 있다.


사람이 떠난 마당, 돌아오지 않을 얼굴들,

풍경만 남고 이야기가 사라진 공간.


결국 그가 그리워하는 것은

자연이 아니라 사람이다.



아무리 달빛이 좋고 가을 국화 향기가 진하다 해도, 그 풍경 한구석에 사람이 없으면 왠지 허전하고 휑뎅그렁한 느낌이 듭니다. 저 불빛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이런 밤이면 내가 아무리 풍류를 모르는 목석같은 사내지만, 어찌 술 한 잔 나눌 벗이 생각나지 않겠습니까?

132


이런 문장들을 통해

이 책이 단순한 전원 에세이가 아니라

삶과 관계에 대한 기록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걷는가.

우리의 발걸음은 어디로 가는가.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가.


그저 묻는다. 계속 묻는다.


저자가 말하듯, 아마 이 물음이

인간에게 주어진 역할이기 때문일 것이다.



밤마다 마당에 나와 별을 바라보다가 문득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단다. 우리 인생은 그렇게 재미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굉장히 특별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야. 그냥, 물 흐르듯 사는 것이지. 가족들과 친구들과 이웃들과 더불어 부담 없이 즐겁게 사는 거야, 어깨를 짓누르는 고단함이 없지는 않겠지만.

p.127


이 책은 말한다. 도망칠 곳은 없다고.

대신 어떻게 살아갈지 선택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르는 책임을

무엇으로 견딜 것인지는

오롯이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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