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 당신의 인생은 기억되지 않았습니다
김용욱(필통밴드) 지음 / 필통뮤직스토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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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무엇인가?”

장편 소설 'STOP'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가정하고 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이며, 삶의 고통을 어디까지 감내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 작품이 유독 특별한 이유는 ‘이야기를 음악으로 읽는다’는 새로운 실험 덕분이다. 총 11곡의 Book Sound Track은 각 장면과 감정을 이어주며, 텍스트와 선율이 하나의 이야기로 호흡한다.


 이야기는 한 영혼의 회고로 시작한다. 가장 최근의 삶, 마지막 삶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잃은 남자, 진국이었다. 그의 삶은 평범하지만, 그 평범함 속에 깃든 고통은 너무나 무거웠다.


 유년기의 가정과 학창시절 내내 그를 괴롭히는 삶 속에서도 그는 '살기 위해' 견뎌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내어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

 고된 노동의 매일이 이어지지만 지키고싶은 아내가 있기에 그는 버티고, 아내를 닮은 딸도 낳으며 어깨가 무거워진 만큼 마음은 행복으로 가득찬다.



작은 손가락.

그의 손끝이 살짝 닿자,

아기의 조그마한 손이 움찔거렸다.

그리고,

그 작은 손이,

진국의 손가락을 꼭 쥐었다.

진국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p.84


 그리고, '삶'은 행복한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소영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사실을 진국은 믿을 수 없었다. 별이가 더 이상 꿈틀대지 않는다는 사실을 진국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차가워진 소영과 별이를 두 팔로 끌어안고 진국은 몸부림쳤다.

(...)

진국의 울음소리 사이로, 주머니 속 전화벨이 연신 울려댔다.

<기사님, 택배 언제 오나요?>

<전화 좀 제발 받아주세요!!!?>

<배송 예정 시간 지났는데 확인 좀 해주세요.>

p.143


 아무렇지도 않게 장난처럼 들이닥친 절망.

 '진욱'에게 있어 삶의 모든것이자, 삶을 살아온 이유가 송두리째 사라진 사고. 그리고 현실이 모든 것을 잃은 그를 조롱하듯 울리는 전화까지.


 현실은 하나의 삶이 어떤 과거를 견뎌내었고, 어떤 현실에 처해있는지따윈 고려하지 않는다. 그저 흘러가고, 가끔 격하게 튀어오를 뿐이다.


 이렇게 피를 토하는 경험을 하고도, 과연 아무런 의미 없는 삶으로 다시 내던져질 각오를 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서사는 문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이다.

환생과 기억의 개념은 불교적 색채를 띠지만, 종교적 구원 대신 인간의 내면을 파고든다.


 그리고 현실을 초월한 사후세계에서 돌아볼 때, '살아 있음'의 감각은 결코 완전한 평화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처받고, 흔들리고, 무너지는 그 과정 속에서만 진짜 생의 온도를 느낀다. 다만 그런 삶이기에, 더욱 망설여진다. '살 필요가 있을까?'


 'STOP : 당신의 인생은 기억되지 않았습니다'는 “읽는 영화”에 가깝다. 감정의 깊이와 여운이 음악을 매개로 증폭되어, 독자의 머릿속에서 소설의 장면과 인물들의 감정이 파도친다.


'STOP'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다루지만 “삶을 더 강렬히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그리고, '삶'에 대해 의문을 남기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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