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멜랑콜리 - 2025 노벨문학상 수상 알마 인코그니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구소영 옮김 / 알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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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부터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 되었을까.”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두 번째 장편 소설 '저항의 멜랑콜리'는 그런 질문으로 시작되는 거대한 묵시록이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는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 질서의 근본을 해체해 보인다. 

글의 중심이자, 핵심이 되는 리바이어던의 상징-거대한 고래-는 단순한 서커스의 전시물이 아니라, 사회의 두려움과 무지, 그리고 권력의 작동 원리를 응축한 존재다.


 고래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침묵이야말로 인간의 불안을 증폭시킨다.

진실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데, 사람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믿고 두려워한다.


 그 결과, 마을은 소문으로 붕괴한다.

누가 시작했는지도 모를 말이 사람들의 마음을 집어삼킨다.

작가는 ‘소문’이 실제 진실, 현실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 사회의 편집증적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진실보다 해석이, 사건보다 불안이 우위를 점하는 세상.

우리는 이미 그 속에 살고 있지 않은가.


라슬로의 문체는 그 자체로 저항처럼 느껴진다.

문단 구분조차 없이 이어지는 문장은 독자에게 친절히 호흡을 안내하지 않는다.

그는 문장을 통해 인간의 무기력한 저항, 그리고 그 끝에 남는 멜랑콜리를 체험하게 만든다.

이 책에 있어서 읽는 것은 곧 버티는 행위이며, 그 버팀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붕괴되고 글에 완전히 빠져든다.


이 작품의 묵직함은 ‘서사’보다 ‘분위기’에 있다.

눈에 보이는 고래보다, 그 고래를 바라보는 인간의 내면이 더 거대하게 느껴진다. 불안, 공포, 허무함—그것들이 모여 만든 공동체의 초상은 곧 우리의 사회이며, 우리의 일상이다.


라슬로는 저항을 찬양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말한다.

“저항의 끝에는 언제나 슬픔이 있다.”

멜랑콜리는 패배의 정서가 아니라, 인간이 끝까지 인간으로 남으려는 마지막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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