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색
추설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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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색'은 제목 그대로, 본 적 없는 감정의 색을 한 권의 소설로 옮겨낸다.


추설 작가가 그려낸 두 사람의 만남은 화려한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지극히 사적인 고백과 불완전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남자는 숨막히는 현실에서 도망쳐 자신을 검은색으로 덮어버리려 하고, 여자는 아픔과 좌절 속에서도 백지 위에 기록하며 잔존하려 한다.

 비슷한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이 정 반대의 방식으로 자신을 지켜내는 모습은, 독자에게 “나는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지금 사회는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아무렇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세상이잖아요.

모두가 피곤해하고, 상처받고...

하지만 책은 그런 걸 느낀 사람들이

그런 걸 느낀 사람들에게

조용히 건네는 마지막 희마 같아요.

내용도 없이 결말만 있는 책은 없잖아요.

책은 결국, 과정으로 이루어진 거니까요.

'세상에 없던 색', p.87


​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과정'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세상은 결과만을 중시하고, 과정은 묻히기 일쑤다. 하지만 '세상에 없던 색' 속 인물들은 과정에서 멈추고, 흔들리고, 실패하면서도 다시 서로를 바라본다. 결국 사랑이란 완성된 결말이 아니라, 불완전한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순간의 누적임을 보여준다.


 또한 이 소설은 도피와 불신이라는 감정을 정면으로 다룬다.

"도망쳐도 문제는 그대로 따라온다"는 대사처럼, 누구도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 그러나 그 고통을 함께 바라보고, 끝내 묻지 못한, 누군가 물어주길 바랬던 질문을 건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고통에 대한 위로다.

 '세상에 없던 색'은 그렇게 사랑은 안전망이 아니라, 서로의 두려움과 나약함을 인정하는 순간 피어나는 불완전한 약속임을 말한다.


나는 검은색을 그렸고, 그녀는 흰 바탕 위에 글을 새겼다.

나는 덮어버렸고, 그녀는 기록했다.

나는 지우려고 했고, 그녀는 남기려고 했다.

나는 깊이 숨기려 했고, 그녀는 깊이 들여다보려했다.

'세상에 없던 색', p.180


​ 짧고 우연한 만남이기에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감정들, 그리고 오래도록 잔향처럼 남는 대사들은 영화처럼 느껴진다. 국경과 언어를 넘어선 이 로맨스는 단순한 연애담이 아니라, ‘상처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지켜낼 수 있는가’라는 보편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세상에 없던 색'은 로맨스 장르의 틀 안에서 인간의 고독과 불안을 집요하게 캐묻는다.

“당신은 어떤 색으로 자신을 지켜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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