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꿈
허린 지음 / 와우라이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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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린 작가의 장편 소설 '여름꿈'은 로맨스라는 장르가 단순히 달콤한 감정의 기록이 아님을 창작물로 증명한다.


유진의 머리 위에 놓인 늦은 봄의 하늘은 차분한 파란색과 흰색으로 뒤엉켜 있었고,

세상의 모든 생명체와 사물은 평소보다 느긋하고 아른하게 움직였다.

빛과 소리도 그랬다.

그녀가 골목으로 들어서자 밝은 갈색 벽돌로 지어진 이층 주택의 담에 핀,

노란 꽃의 잎들이 왈츠를 추는 것처럼 살랑이며 떨어졌다.


 작가는 묵직하고 단단함은 살리고 투박하고 어색함은 버려 다듬어진 고전적인 문체와 현대적 배경을 교차시키며,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일상의 순간들을 다시금 예술과 찰나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영역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주인공 유진이 느끼는 혼란은 연애 감정에서 시작되지만, 소설 속 묘사는 '사랑'이 주는 감정의 진폭을 넘어선다.


"나도 모르겠어. 왜 생각이 오락가락하고, 자꾸 이랬다 저랬다 하는지 말이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그런 법이지. 그런데 변덕스러운 네 생각들 때문에 정말 기회가 온 건데, 놓쳐버리면 평생 후회하지 않겠어?"


 취업이라는 치열한 현실, 불확실한 미래, 그리고 오래된 기억이 현재에 다시 겹쳐지며 감정이 격렬하게 요동치는 순간들.

 우리는 그 속에서 흔들리며, 때로는 자신을 부정하면서도 결국 더 큰 행복의 가능성에 다가간다. 들쭉날쭉한 감정,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 그것들이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일까?

 허린은 이 질문을 소설 속 인물들의 대사와 시선을 빌려 독자들에게 집요하게 묻는다.


 특히 작품이 보이는 큰 매력 중 하나는 ‘일상의 재발견’에 있다.

 세상에서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장면, 뜨거운 여름의 공기, 무심히 스쳐가는 도시의 풍경까지.

 그 순간들은 유진이 가진 순간의 감정과 얽혀, 평범한 일상조차 특별한 기억으로, 행복의 요소로 변모한다. 이는 독자가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오래도록 남아, 우리가 바쁘게 지나쳐 온 삶의 결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여름꿈'은 불확실한 청춘의 초상을 사랑이라는 렌즈로 투영한다. 그것은 곧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끝없는 경쟁과 혼란 속에서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경험이야말로 삶을 살아낼 이유가 된다는 사실.


 허린의 소설은 바로 그 지점을 정교하게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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